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기자 로스티슬라프 주라블레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취재활동을 했던 모습을 이 회사가 22일 공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을 사용해 러시아 기자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고 러시아가 주장했다. 러시아군도 집속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으며, 반인도주의적 무기로 꼽히는 집속탄 사용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퍄티핫키 마을 주변에서 자사 기자 로스티슬라프 주라블레프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낮 12시께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집속탄 포격에 <리아 노보스티> 통신 사진기자와 일간 <이즈베스티야> 기자 등이 다쳤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퍄티핫키 마을은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시작한 뒤 되찾은 지역으로 전략적 요충지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사건을 ‘테러 범죄’라고 칭하면서 “러시아 언론인에 잔혹한 공격을 한 가해자는 필연적으로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 ‘후배’에게 집속탄을 보낸 이들(미국)도 전체 책임의 일부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도 집속탄을 사용해 서방 기자가 부상을 입었다는 발표도 나왔다. 독일 방송 <도이체 벨레>는 22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전방 부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훈련을 하는 모습을 촬영하던 자사 기자 예우헨 실코가 러시아 집속탄 파편에 맞아 다쳤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달 중순부터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이 집속탄들이 남부와 동부 전선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미국이 포탄 부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에 집속탄을 제공하겠다고 밝히자 영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 일부 서방 동맹국조차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안에 있는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넓은 면적을 타격해, 군사적 목표물 주변의 민간인들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다. 세계 110개국 이상이 집속탄 금지 조약에 가입해 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미국, 한국 등은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가 23일 새벽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또 공습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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