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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반격 부진하자…미국서 군사 지원 회의론도

등록 2023-07-26 17:03수정 2023-07-27 18:04

우크라 반격 공세 2달…점령지의 1% 이하만 탈환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동결된 전쟁’으로 가나?

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가 2달이 되어가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어, 서방의 우려가 표면화되고 있다. 반격 공세가 아직 초기이고 전력이 본격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다는 해명이 나오지만, 전황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미국 등이 제공하기로 한 F-16 전투기나 장거리 로켓포 등의 지원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20일 업데이트한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반격 공세 지도’를 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3일 이후 영토 탈환을 거의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초 시작된 반격 공세를 통해 지난달 11일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서 요새화가 덜 된 러시아의 1차 방어선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블라호다트네·마카리우카·네스쿠치네 3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추가로 인근의 스트로제베·노보다리우카·레바드네 및 남부 자포리자주의 로브코베 등 4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국방차관은 지난달 19일 반격 공세를 통해 동남부 전선에서 영토 113㎢를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뒤 영토 탈환과 관련한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반격 공세로 탈환했다는 영토 113㎢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20%인 12만6645㎢의 1%에도 못 미친다. 또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지역들은 러시아군 방어선 본진에는 멀리 떨어진 곳이다. 우크라아나는 지금까지 러시아 방어선 본진을 돌파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자 지난달 18일부터 전선 돌파 작전을 멈추고 러시아가 점령한 후방 지역을 타격하는 우회 전술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 방어선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남부 헤르손의 리코베의 무기고를 영국이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새도로 폭격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공습 강도를 높였다. 당연히 주민 피해도 커졌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진화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시엔엔(CNN)과 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비교적 초기 단계에 있다”며 “앞으로 1~2주 동안은 진척이 없을 것이고, 몇 달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이후 빼앗긴 영토의 50%를 탈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50% 영토는 대부분 지난해 가을 이뤄진 대반격 때 이뤄진 일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했냐는 질문에 “내 생각엔 실패와는 거리가 멀다”며 “지금 우크라이나군은 전투력을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정 수준의 우크라이나 진격을 예상했으나, 현실은 다르다고 인정했다. 그는 “실제 전쟁은 예측할 수 없으며 공포와 안개, 마찰로 가득 차 있다”며 전쟁이 “길어지고 힘들고, 피가 낭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펼칠 무기와 훈련이 부족한데다, 지뢰와 장애물 등을 겹겹이 쌓은 방어선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군의 화력에 노출돼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참호에 있는 적을 공격하려면 적어도 3대1의 전력 우위가 필요하다는 서방의 군사 교리를 우크라이나군은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뢰 등이 깔린 방어선 돌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군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러시아군은 낮은 사기, 피로, 보급 불량 등에 시달리고 있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 1000㎞나 되는 전선의 방비를 단단히 갖춘 상태다. 또 우크라이나 군의 진격을 막을 충분한 전투기들을 보유하고 있는 등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주방위군 병사가 누설한 비밀 외교전문을 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투기를 타격할 수 있는 방공망 무기가 극히 적어서 “러시아의 공군력 우위를 막을 수 없는 무능력”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시엔비시(CNBC)도 서방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고 영토를 수복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곧 닫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마이클 클라크 전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공세가 러시아 방어의 약점을 파악하는 1단계에서 시간이 너무 소요되고 병력을 소모해, 본격적 공세를 펼칠 2단계에서 병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콘라드 무지카 로찬컨설팅 회장도 “땅이 다시 매우 질퍽해지기 전까지 석 달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가을이 되면 비가 내려서 우크라이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라스푸티차’가 찾아와 본격적 공세는 어렵다는 뜻이다.

전황을 타개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히는 것은 서방이 제공하기로 했거나 검토 중인 F-16과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300㎞)이다. 하지만, 이 무기들은 빨라도 내년 초에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콜로라도 아스펜에서 열린 연례 아스펜안보포럼에 21일 화상으로 출석해 반격 공세가 느리고 성과가 아직 없는 것은 무기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F-16 전투기 등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국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군 사령관들은 F-16이 반격공세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쪽의 목소리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며 “첨단 전투기 공급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방공망이 강력해 공군력이 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F-16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조종사 훈련 등이 필요해 실제 투입에는 최소한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에이태큼스 지원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태큼스는 록히드마틴이 한 해 500대를 생산하는데, 현재 생산 중인 것들은 다른 나라로 판매 예약이 된 상태다. 미국이 보유한 재고 역시 한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아스펜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영국과 프랑스가 지원한 미사일인 스톰 쉐도가 있어 에이태큼스에 대한 필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제는 러시아의 점령지를 깊숙하게 타격하는 능력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그런 능력을 갖췄고 현재 실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1㎞ 앞에 있는 지뢰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주요 대선 주자들은 예산이 외국이 아니라 국내에서 써야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고 있다. 특히,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판적이다.

병력·인구·전력에서 우세한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방어 태세로 전략을 바꾸었다. 전력이 우세한 쪽이 방어 전략으로 들어갔고, 전력이 미비한 쪽이 공세를 펼치려는 상황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 전선에서 큰 변동이 없이 ‘동결된 전쟁’으로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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