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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모스크바 시내 경제 중심지, 잇단 드론 공격에 불안 고조

등록 2023-08-02 11:46수정 2023-08-02 19:49

사흘새 두번째 공격당해…일부 기업, 재택근무 등 확대
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 구역에서 방공망에 격추된 드론이 충돌하며 손상된 고층 건물을 보안요원들이 점검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 구역에서 방공망에 격추된 드론이 충돌하며 손상된 고층 건물을 보안요원들이 점검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지가 사흘 사이에 2차례 드론(무인기) 공격을 당하면서 불안감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내 야간 근무를 금지시키거나 재택 근무를 확대했고,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임대 계약을 취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모스크바의 경제 중심 구역인 ‘모스크바-시티’의 ‘아이큐(IQ) 쿼터’라는 고층 건물이 1일(현지시각) 새벽 드론 공격을 당해 손상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을 당한 건물에는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통상부 등 정부 부처도 입주해 있다. 이 건물은 지난달 30일에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이번 공격으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된 모스크바-시티는 크렘린(대통령궁)과 붉은광장으로부터 서쪽으로 7.6㎞ 정도 떨어진 모스크바강 강변의 경제 중심 구역이다. 유럽에서 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지역이며, 경제 관련 정부 부처 외에 대기업과 은행 등이 많이 입주해 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방공망에 격추돼 통제력을 잃은 드론이 지난달 30일 공격을 받은 고층 건물과 충돌했다”며 “건물 21층의 벽면이 파손됐고 150㎡ 넓이의 창문이 부서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우크라이나가 3대의 드론으로 모스크바를 공격하려 했다”며 “2대는 모스크바 서쪽 외곽에서 방공망에 격추됐고, 다른 1대는 모스크바-시티에 추락했다”고 확인했다.

이 건물과 인근의 다른 건물 한 채는 지난달 30일에도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경비원 한 명이 다친 바 있다. 두번의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벌인 것으로 추정되나, 우크라이나 쪽은 공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모스크바가 전면적인 전쟁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더 많은 미확인 드론, 더 많은 붕괴, 내란, 전쟁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겉으로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기업들은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기술 기업인 얀덱스는 지난달 30일의 드론 공격 이후부터 직원들에게 야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상황을 고려해 야간(오전 1시~오전 6시)에는 사무실에 머물지 말라. 이는 모든 모스크바 내 사무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회사는 모스크바-시티 지역을 포함해 모스크바 시내 여러 곳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모스크바-시티 지역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은 “나와 동료들의 안전이 더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마음 한켠에서는 모스크바-시티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직장인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일하기가 “섬뜩하다”고 말했다. 한 은행원은 대부분의 직원에게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막심 호디레프는 아파트를 임대해 살고 있는 주민들로부터 “더는 안심할 수 없다. 임대 계약을 취소할까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많은 시민들은 일상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드론 공격을 당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투자 기업 소유주 미를란 이자코프는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사의 업무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드론 공격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다며 “갈등의 시대이니 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며, 우리는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민 아르카디 메틀레르는 아에프페(AFP) 통신 기자에게 “극심한 공포는 별로 없다. 모두 밖에 나와 돌아다니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뭉치는 것이며 모든 게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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