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옆에 서 있다. 포크로우스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점령지 방어에 치중하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역공을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집중되는 하르키우주 쿠피얀스크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했다.
올레 시니에후보우 하르키우주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각) 하르키우주 남동부에 위치한 쿠피얀스크 지역 37개 마을 주민 1만1천명에게 강제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턴트’ 등이 보도했다. 시니에후보우 주지사는 “적군이 최전선 인근의 주거지 폭격을 대폭 늘리면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민간인의 목숨과 건강이 급격하게 위험해졌다”고 대피 명령의 배경을 설명했다.
쿠피얀스크시 군정은 이 지역 주민들을 하르키우주 서부의 안전한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대피는 의무 사항이지만 자기 책임 아래 머물겠다는 각서를 쓰면 계속 이 지역에 머물 수 있다고 군정은 덧붙였다.
쿠피얀스크는 하르키우주와 동부의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2월말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이 지역을 점령했다가 지난해 9월초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이 지역에서 후퇴했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 북부의 요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후인 지난 7월 중순부터 쿠피얀스크 인근 지역으로 병력을 집중시키며 역공의 기회를 노려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쿠피얀스크 주변을 공격해온 서부군관구 공격 부대가 전선 최전방 가장자리를 따라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가 방위군의 루슬란 무지추크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탱크 부대와 공군, 포병부대의 지원을 받는 습격대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하르키우주 남동부와 도네츠크주 북부에서 러시아군의 공세에 직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초점을 두는 지역은 남부이고 러시아군은 동부에 집중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쿠피얀스크와 리만으로 침투하고 있다. 악몽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리만은 쿠피얀스크보다 조금 남쪽에 위치한 도네츠크주 북부의 교통 요지이며,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9월말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되찾았다.
말랴르 차관은 러시아군의 이런 공세는 바흐무트 주변에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흐무트 주변의 고지 대부분을 우리가 장악했고, 러시아군은 고립되어 있다. 우리가 고지에서 바흐무트 시내 공격을 하고 있어서 그들은 바흐무트 시내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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