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장례식이 열린 3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로호프 묘지에 사진과 꽃이 놓여져있다. 지난 23일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그는 부친의 묘지 옆에 묻혔다. EPA 연합뉴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23일 사고로 숨진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태운 비행기가 고의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 언급했다. 다만, 국제적 조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았다.
30일 아에프페(AFP)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죽음에 대한 조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러시아 조사관들에 의해 여러 버전이 고려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버전, 즉 의도적 범죄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그는 조사관들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프리고진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수사하고 있고, 사전에 계획된 살인 가능성도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추락과 관련한 어떤 원인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의 추락 원인에 대한 국제 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조사위원회의 검토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기자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이 추락 사고를 조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러시아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만 대답했다.
앞선, 23일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 등 고위 인사를 태우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비행기가 이륙 후 추락해 탑승자 10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추락 사고는 프리고진이 6월 말 반란을 일으킨 지 두달 만에 발생했다. 그로 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보복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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