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의 시작 전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내년 파리 올림픽 때도 러시아 국기는 대회장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L'Equipe)에 지난 6일 실린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로 (파리 올림픽에) 설 자리가 없다”면서 “파리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때도 러시아 국기는 게양되지 않았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이름으로 출전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지난 2020년 러시아가 올림픽을 포함한 주요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조직적 도핑을 저지르고 은폐하려 했다며, 러시아 국가 차원의 올림픽을 포함한 주요 국제 대회 출전 잠가 자격을 2년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러시아 국기가 올림픽 경기장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자국에서 개최한 스포츠 행사에서 러시아 선수와 코치 그리고 스포츠 관계자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내년 파리 올림픽 때도 러시아 선수 참가가 허용되지 않을 지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러시아 선수들의 (대회) 참가엔 찬성하느냐’는 질문에는 마크롱 대통령은 “올림픽 세계가 결정해야 할 진짜 문제는 평생을 준비해왔고 어쩌면 이 정권의 희생자일 수도 있는 러시아 선수들에게 어떤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올림픽계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라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이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조한 벨라루스의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신도 대회 주최국인 프랑스의 대통령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일정한 발언권이 있음을 인정했다.
파리 올림픽은 내년 7월26일부터 8월12일 열릴 예정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3월 파리 올림픽에는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군대 및 국가 안보 기관과 관련이 없는 선수와 관계자만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동안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선수들은 올림픽 예선 경기에서 국가 상징이나 국기 없이 출전할 수 있도록 개별 종목 관련 단체에 권고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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