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새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드론으로 공격한 이후 민간 시설 근처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부상당한 민간인들을 구조하던 외국 자원봉사자 2명이 10일(현지시각) 폭격을 당해 숨졌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드론 33기를 동원해 공습했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구호로 가는 길’은 이날 4명의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타고 있던 차량이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근처 도시 차시우야르에서 포격을 당해 전복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격으로 캐나다인 자원봉사자 앤서니 이냇이 숨지고 독일인과 스웨덴인 자원봉사자가 심하게 다쳤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스페인 사람 에마 이괄은 실종됐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로부터 몇시간 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 대행은 이괄이 숨졌음을 구두로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동부 전선 최대의 전투 지역 중 하나인 바흐무트 외곽에 있는 민간인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접근하다가 공격을 당했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군이 오랜 전투 끝에 지난 5월 점령한 도네츠크주 중북부 거점 도시이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이 도시 서부 외곽에 진지를 구축하고 반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을 드론으로 집중 공습했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이 밝혔다. 공군은 키이우 공격에 나선 러시아군 드론 33기 가운데 26기를 격추시켰다고 주장했다. 키이우 군정청의 세르히 포프코 청장은 격투된 드론 잔해 대부분은 공터에 떨어졌으나 일부가 고층 아파트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루슬란 크라우첸코 키이우주 주지사는 수도 키이우시를 둘러싼 키이우주도 드론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상점·병원·재활센터·학교·유치원 등과 같은 민간 시설과 사회기반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습으로 적어도 민간인 4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지난 겨울과 봄에는 거의 매일 키이우를 공습했으나, 최근에는 키이우 공격 횟수를 많이 줄였다. 이날 공습은 지난달 30일 이후 최대 규모다.
한편,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 6월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과 관련해 러시아군에 반격을 가할 시간적 여유가 앞으로 30~45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올 여름부터 약 3달 정도 진행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반격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며 “시간이 꽤 있다. 아마도 30~45일은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가을은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어서 땅이 진창으로 변하기 때문에 보병들의 활동에 어려움이 커진다. 겨울로 접어들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전투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난해에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에서 반격에 성공한 뒤인 9월 이후 전선이 사실상 교착된 바 있다. 밀리 합참의장은 “나는 전쟁 초기에 이 전쟁이 길고 느리게 진행되며 많은 피해를 낳을 거라고 말했는데, 현재 상황이 바로 그렇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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