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가를 걷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휴전 협상이 결렬된 뒤 곧바로 공격을 재개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가자지구를 상대로 공격을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남부는 물론 해외에 있는 하마스까지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불러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지상 작전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확대되고 있다”며 남부에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날 남부 군부대를 방문해 “가자 남부에서의 공격이 (북부에 비해) 덜하지 않을 것”이라며 피란한 팔레스타인 주민 대부분이 모여있는 남부에도 공격 수위를 결코 낮추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터널 800개를 발견해 500개를 파괴하거나 봉쇄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도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군 병력 70%가 사라졌다고 이날 밝혔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의 다음 목표는 남부 도시 칸유니스이며 그곳이 주요 작전 지역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날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 로넨 바르가 해외에 있는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할 뜻을 밝히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레바논·튀르키예·카타르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할 것”이라며 “내각 회의에서 하마스 제거를 목표를 정했고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하마스를 추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라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전쟁 의지를 적극 막지는 않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양쪽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고 뭔가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 시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오늘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교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가자지구의 폭격 재개를 우려하며 카타르의 지속적 중재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화통신은 4일 팔레스타인쪽 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7일간의 교전중지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와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다시 휴전 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 양쪽에 새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협상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미지수인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공격 재개로 이미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자 보건부는 지금까지 1만5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3일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정부 대변인은 2일부터 하룻밤 사이에만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약 700명이 죽었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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