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동정책·부패한 친미정권 ‘반감’ 분출
“이슬람이 해법” 내세운 정치세력 급부상
“이슬람이 해법” 내세운 정치세력 급부상
9·11 테러 5년 끝나지 않는 전쟁
④ 누가 이슬람주의를 확산시키나 전세계가 9·11 동시테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2001년 10월7일 미국과 영국군은 카불과 칸다하르, 잘랄라바드를 폭격하며 아프가니스탄에 진격했다. ‘테러와의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9·11의 여진은 지구 반바퀴를 돌아 중동의 지각판을 뒤흔들었다. 아프간에 이어 미국과 영국은 2003년 3월23일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이라크를 겨냥했다. 올해 7월12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도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받았다. 5년 동안 3번의 전쟁이 중동을 강타했고, 이젠 ‘이란 공격’이라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미국은 이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부르지만, 중동의 민심은 ‘이슬람에 대한 십자군의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와 이라크 소녀 강간 살해, 미 해병대의 팔루자 공격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민간인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미사일에 죽은 어린이들의 모습이 잇따라 무슬림들에게 도착했다. 미국 뉴햄프셔대의 마크 해롤드 교수는 아프간 침공 초기 3700~5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라크 민간인 4만2천여명과 레바논인 1400여명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중동정책과 미국 편에 선 아랍 독재정권들에 대한 반감 등이 중동 전역에서 이슬람주의란 출구를 통해 격렬하게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내세운 ‘새로운 중동’ 구상의 반대편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중동’을 상징한다. “이슬람이 해법이다”=지난해 11월 이집트 총선에서 “이슬람이 해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무슬림형제단은 20%의 의석을 휩쓸며 단번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권 국민민주당(NDP)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1930년대 최초의 이슬람주의단체로 결성된 이들은 불법 정치단체라는 꼬리표와 정부의 투표방해 활동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1월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서 활동해온 집권 파타당을 물리치고 65%의 의석을 석권해 정권을 잡았다. 지난해 5월 레바논 총선에서 14석을 얻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시켰던 시아파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버텨내며 이슬람권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이슬람 정권 위상도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후세인 정권 제거는 이란의 최대 위협을 제거하면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시아파 정권을 이라크에 세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집권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핵 개발 문제를 놓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자세를 보이면서 이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만들어낸 이슬람주의 열풍=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인 아사드 아부칼릴은 5일 <로이터통신>에 “9·11 이후 이슬람주의를 겨냥했던 미국의 정책들이 역설적으로 이슬람주의가 계속 힘을 얻고 흥성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중동의 이슬람주의는 단순히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되는 복고풍의 이슬람정권을 세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중동 지배권과 석유 패권 장악, 부패한 아랍 친미정권에 저항하는 철저한 민족주의의 성격을 띄고 있다. 요르단대학의 파레즈 브라이자트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주의는 빼앗긴 존엄성을 되찾길 원하는 이 지역 사람들의 새로운 종교적 민족주의”라고 말했다. 런던정경대(LSE)의 프레드 할리데이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빈라덴은 아랍국가들이 외국인들에 점령됐으며, 거기에 저항해 싸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마스나 헤즈볼라에서 나오는 정치적 성명이나 수사들의 80% 이상은 세속적 민족주의 이념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 등장한 이슬람주의는 오랫동안 아랍민족주의와 아랍사회주의에 밀려있었다. 전문가들은 아랍 민족주의나 사회주의가 서구의 중동 지배, 점령된 팔레스타인,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대안으로 이슬람주의가 힘을 얻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슬람주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의 미국 동맹 정권을 비판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이슬람 파시스트’와 전쟁 중’”이라는 발언으로 이슬람권의 분노에 계속 기름을 붓고 있다. 레바논 일간 <안나하르>의 워싱턴 특파원 히샴 밀헴은 7월31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반미감정은 이제 중동의 새로운 종교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④ 누가 이슬람주의를 확산시키나 전세계가 9·11 동시테러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2001년 10월7일 미국과 영국군은 카불과 칸다하르, 잘랄라바드를 폭격하며 아프가니스탄에 진격했다. ‘테러와의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9·11의 여진은 지구 반바퀴를 돌아 중동의 지각판을 뒤흔들었다. 아프간에 이어 미국과 영국은 2003년 3월23일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이라크를 겨냥했다. 올해 7월12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도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받았다. 5년 동안 3번의 전쟁이 중동을 강타했고, 이젠 ‘이란 공격’이라는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미국은 이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부르지만, 중동의 민심은 ‘이슬람에 대한 십자군의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미군의 아부그라이브 수감자 학대와 이라크 소녀 강간 살해, 미 해병대의 팔루자 공격에서 참혹하게 죽어간 민간인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미사일에 죽은 어린이들의 모습이 잇따라 무슬림들에게 도착했다. 미국 뉴햄프셔대의 마크 해롤드 교수는 아프간 침공 초기 3700~500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라크 민간인 4만2천여명과 레바논인 1400여명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중동정책과 미국 편에 선 아랍 독재정권들에 대한 반감 등이 중동 전역에서 이슬람주의란 출구를 통해 격렬하게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내세운 ‘새로운 중동’ 구상의 반대편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중동’을 상징한다. “이슬람이 해법이다”=지난해 11월 이집트 총선에서 “이슬람이 해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무슬림형제단은 20%의 의석을 휩쓸며 단번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권 국민민주당(NDP)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1930년대 최초의 이슬람주의단체로 결성된 이들은 불법 정치단체라는 꼬리표와 정부의 투표방해 활동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1월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가 미국의 영향권 아래서 활동해온 집권 파타당을 물리치고 65%의 의석을 석권해 정권을 잡았다. 지난해 5월 레바논 총선에서 14석을 얻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시켰던 시아파 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버텨내며 이슬람권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중동 전역에서 이란의 이슬람 정권 위상도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후세인 정권 제거는 이란의 최대 위협을 제거하면서,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시아파 정권을 이라크에 세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 집권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핵 개발 문제를 놓고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자세를 보이면서 이슬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6일 미국 뉴욕의 옛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세운 9·11테러 희생자 추모센터에 들른 한 방문객이 벽에 붙은 희생자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다. 이 추모센터는 이날 9·11테러 생존자와 구조대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문을 열었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오는 18일부터 개방한다. 뉴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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