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폭탄테러 올들어 급증
알카에다 추종 자생단체 늘어
알카에다 추종 자생단체 늘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빈라덴이) 과거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며 (조직원들과의) 통신도 원활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빈라덴 체포에 대해 나름의 낙관론을 편 것이다.
하지만 빈라덴과 알카에다를 둘러싼 여러 정황은 이런 낙관론과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다. 올해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11차례나 자신의 모습과 육성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알자지라> 방송에 보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지대에 은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빈라덴의 육성 역시 지난 4개월 동안 3차례나 방송됐다.
테이프들은 대부분 제작된 지 하루나 이틀 뒤 방송됐다. 알카에다 조직망을 통해 신속하게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는 알카에다 조직이 지금도 건재함을 알리는 유력한 증거라고 <비비시>(BBC) 방송은 해석했다. 이 테이프에는 알카에다의 자체 텔레비전 방송 ‘알사하브’(구름들)의 표식이 뚜렷히 찍혀 있었다.
미 정보당국은 올해 들어 아프간에서 부쩍 늘고 있는 자살폭탄 테러도 ‘불길한’ 징조의 하나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자살테러는 지난해까지 모두 합쳐서 21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선 벌써 최소 16건이 발생했다. 자살테러와 사제폭탄, 참수 등은 알카에다의 ‘전문영역’이다. 최근 아프간 탈레반의 움직임에서 이런 ‘테러 도구’들이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싱가포르 방어전략연구원의 아프간 테러 전문가 헤크마트 카르자이의 말을 따 “최근 알카에다에서 ‘가장 유능한’ 사령관인 칼리드 하비브(모로코 출신)와 압드 알 하디(이라크 출신)가 아프간 남동과 남서 지역에 파견돼 군사작전을 총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지난 1년새 탈레반이 아프간 남부의 많은 지역들을 장악하면서 알카에다의 활동 영역이나 운신폭은 더 커졌다.
알카에다가 전통적 거점인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폭력적 테러를 수반하는 이들의 이념적 원칙이 급속히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 단체와 직접 연계를 갖지 않은 자생적 테러단체들로 구성된 매우 광범위한 이념적 운동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안에 있는 알카에다 조직은 알카에다의 이름만 빌린 경우라며, “알카에다가 등록상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1명을 몰살시킨 통근열차 테러의 용의자들이나, 미 연방정부건물 폭파 음모로 마이애미에서 체포된 7명의 용의자들도 알카에다와 어떤 직접적 연결고리도 맺지 않고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이 단지 알카에다의 이념적 원칙인 ‘빈라덴이즘’을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해석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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