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때 다쳐 팔 절단 수술을 받은 북베트남 병사가 당시 수술을 집도한 미국인 의사에 의해 40년 만에 ‘팔’을 되찾았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당시 북베트남군으로 참전한 응웬 쿠앙 훙은 다친 팔에 괴저가 일어나 1966년 미국 군의관이던 샘 액설래드한테 절단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이 끝난 뒤 팔의 살을 발라내고 철사로 고정시켜 액설래드에게 줬다. 그는 적군을 치료한 경험을 기억하고자 6개월 뒤 미국으로 돌아갈 때도 팔 뼈를 갖고 갔고 지금까지 이를 소중히 보관해왔다.
액설래드는 지난 2011년 베트남에 와서 뼈의 주인을 찾으려 수소문했고 이를 알게 된 지역 신문 기자가 액설래드의 사연을 기사화했다. 보도를 접한 훙은 자신의 신체 일부가 다른 사람 손에 보존됐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1일 액설러드와 만난 훙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미국인 의사가 감염이 됐던 내 팔을 집에까지 가져가서 40여년 넘게 보관해왔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라며 “전쟁에서 죽은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운이 좋다”고 말했다. 훙은 병역 기록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 팔 뼈를 참전 증거로 삼아 정부에 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그는 뼈를 유리 상자에 넣어 집에서 잘 보관할 것이며 죽은 뒤엔 함께 묻히겠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