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국 어머니의 ‘6년 투쟁’ 끝 승리

지구촌 화제

11살 딸이 납치돼 성폭행당했다
엄마의 이름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범인 7명은 사형·종신형 등 받았지만
공안은 그에게 노동교화형 선고했다

들불처럼 번진 분노 여론 힘입어
법원서 마침내 배상판결 받아냈다

승리 이끈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딸과 더 많은 시간 보내고 싶다”

2006년 10월, 11살 딸이 실종됐다. 공안(경찰)의 무관심 속에서 어머니는 석달 동안 딸을 찾아해맸다. 불법 성매매 업소에서 찾아낸 딸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7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된 딸은 성폭행을 당한 뒤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심각한 구타에 시달리고 강제로 마약을 투여당했다. 성병에 걸렸고, 정신장애와 평생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범인중 두명은 현직 공안이었다.

어머니 탕후이(40)의 6년에 걸친 외롭고 힘겨운 투쟁이 시작됐다.

정의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아이를 구출한 뒤 탕후이는 공안에 신고했지만 당국은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던 평범한 엄마는 투사가 되었다. 그는 후난성 융저우시 현지와 베이징의 관청과 법원을 수십차례 오가며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고, 범인 처벌을 요구했다. 공안국 앞에 무릎을 끓고 하소연도 했고, 법원 로비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끈질긴 노력으로 그는 범인들을 한명씩 법원에 세웠다. 지난해 6월 범인 2명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졌고, 4명에겐 종신형과 15년형이 선고됐다.

탕은 범죄를 비호한 공안과 성매매 업주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계속 당국에 청원했다. 지난해 8월 융저우시 공안 당국은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이유로 탕후이에게 18개월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해 수용소에 가뒀다.

탕후이의 변호인들이 그의 사연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여론의 분노가 들풀처럼 번졌다. 수십만명이 탕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고, 당국의 보복 조처를 비난했다. 8일 만에 탕후이는 석방되었다.

15일 탕후이는 마침내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후난성 고등법원은 탕후이가 노동교화형으로 자유를 박탈당한 데 대한 배상금과 당국의 서면 사과를 요구하며 융저우시 노동교화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고심에서 탕후이의 승소를 판결했다고 <신경보> 등이 보도했다. 법원은 융저우 노동교화위원회에 탕후이의 신체 자유를 침해한 데 대해 1641위안,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1000위안 등 2641위안(약 4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면으로 사과하라는 탕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잘 것 없는 배상이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얻어낸 ‘승리’였다. 법원 밖으로 나온 탕후이는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이겼다. 너무 힘든 싸움이었다”면서“보통의 삶으로 돌아가 딸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지내고 싶다”고 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중국의 법치가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판결을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당국이) 인민에게 사과 한마디 하기가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려운가?’등의 비판적 여론도 일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의 변호사 왕펑은 “중국의 사법시스템이 개혁되지 않으면 탕후이의 비극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탕의 사건은 공안 당국이 눈밖에 난 사람들을 함부로 구금하는 노동교화형의 합법성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노동교화소 수감자들은 재판 등 법적 절차 없이 최장 4년까지 구금돼 강제노동을 해야한다. 중국 전역에 수백곳의 노동교화소가 존재하며 수감자의 상당수는 반체제인사 등 정치적 이유로 갇힌 이들이다. 탕의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은 올해 초 ‘노동교화제도를 중지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폐지 조짐은 없다.

박민희 기자[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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