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토마스 퀵’이란 이름의 연쇄살인범으로 악명을 떨쳤던 스투레 베르그발(63)의 방송 인터뷰 장면. 그는 최근 재심에서 자신의 연쇄살인 자백이 망상증에서 비롯한 거짓말이란 이유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구촌 화제] 북유럽의 ‘한니발 렉터’ 베르그발
“어린이 등 죽여 인육 먹었다” 자백
정신과 치료 뒤 2008년 철회
최근 마지막 재심에서도 무죄
“관심받고 싶었다” 자백 이유 밝혀
“어린이 등 죽여 인육 먹었다” 자백
정신과 치료 뒤 2008년 철회
최근 마지막 재심에서도 무죄
“관심받고 싶었다” 자백 이유 밝혀
30명을 성폭행·살해하고 인육을 뜯어먹은 희대의 연쇄살인마는 외로운 망상증 환자와 대중의 ‘엽기’ 판타지가 만들어낸 가상 괴물이었나?
31일 영국 <인디펜던트>는 “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해 30명을 살해하고 인육을 먹었다고 자백한 연쇄살인범 스투레 베르그발(63)이 8건의 살인·성폭행 혐의 유죄가 인정돼 20년 동안 폐쇄 정신병동에 수감됐지만, 그가 자백을 철회해 재개된 재심에서 자백 말고는 명시적 증거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인정돼 조만간 석방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스웨덴 검찰은 베르그발과 관련된 8건의 사건 가운데 마지막으로 유죄 여부를 다투던 사건에 대한 항소를 최근 포기했다.
본명이 스투레 베르그발인 그가 토마스 퀵으로 개명한 뒤 연쇄살인을 자백해, ‘토마스 퀵’이란 이름은 당시 북유럽 사회에서 공포의 대명사가 됐다. 북유럽의 ‘한니발 렉터’(영화 <양들의 침묵> 주인공) 꼴이 됐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자백을 철회하면서 스투레 베르그발이란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베르그발은 동성애 성범죄 전력이 있었으며 마약 중독 상태에서 무장강도를 하다가 1990년 정신병동에 수감된 인물이었다. 그는 수감 치료중이던 1992년 느닷없이 연쇄살인 자백을 시작했다. 당시 스웨덴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던 11살짜리 소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고백한 것으로 시작해 약 30년 동안 30명을 죽였다고 미디어 등에 고백한 것이다. 심지어 첫 살인은 자신이 고작 14살이던 1964년에 동갑내기 소년을 죽인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베르그발의 자백으로 미제사건으로 묻혀있던 해묵은 살인·실종 사건들이 언론과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게다가 자백은 워낙 엽기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그는 학교에서 나오는 어린 아이를 수풀 속으로 데려다가 성폭행하고, 주검을 훼손하고, 인육을 먹은 얘기들을 차례차례 떠벌렸다.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엽기 살인 뉴스에 대중은 분노하고 전율했으며, 재판은 여론 재판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베르그발이 마구잡이로 자백한 살인 사건 가운데 일부 피해자들은 나중에 멀쩡히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자백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결국 8건에 대한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정신병동에 수감됐다. 물증도, 증인도 없이 자백에 의존해 수사와 재판이 마무리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재판의 문제점에 천착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그를 인터뷰하고 정신과 치료가 진행되면서 그는 2008년 자신의 모든 자백을 철회하기에 이른다. 결국 재심이 시작됐고, 차례차례 무죄가 나왔고 검찰도 항소를 포기했다. 베르그발은 이번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로웠고 낮은 자존감과 싸우고 있었다”면서 “나는 관심을 받고 싶었고 우울하고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가 당시 마약 성분이 있는 진정제를 복용하고 있던 것도 정교한 범죄 이야기를 만들어 낸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데르스 프레클레브 스웨덴 법무장관은 “스웨덴 사법 역사상 8건의 살인에 대해 유죄선고가 난 사람이 모조리 무죄로 판명된 것은 아주 특이한 일”이라며 “사법 시스템의 큰 오류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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