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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4차 산업혁명 주역 실리콘밸리는 왜 기본소득에 주목하나

등록 2017-11-26 17:43수정 2017-11-26 22:30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 실험중] ④ 미국

에어비앤비 등 1500여 벤처 키운
Y콤비네이터, 본실험 설계 공개

“대량의 일자리 사라질 4차혁명시대
소득의 90%는 빅데이터 활용한 것
70% 과세해 기본소득으로 나눠야”

저비용 고효율 복지수단 우려에는
제도 대안 아닌 ‘보완재 역할’ 강조
“효과 수량화해 정책 근거 제공할 것”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등 세계 1500여개 스타트업을 키운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기획사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본실험 세부 설계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9월25일부터 사흘(사전행사 포함 닷새)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다. 첫날 ‘기본소득 실험에 관한 전체회의’에서 와이콤비네이터 연구책임자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단상에 섰다. 포르투갈 의사당을 가득 채운 지구촌 기본소득 전문가 400여명이 숨을 죽인 채 그의 발표를 주목했다. 로즈 박사는 전체회의 5개와 동시회의 37개 중 가장 주목받은 발표자였다.

와이콤비네이터의 실험에 관한 뜨거운 관심은 ‘실리콘밸리가 왜 기본소득에 열광할까’라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기본소득은 자유주의자부터 사회주의자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는 사회정책인데 최근 몇년 사이 실리콘밸리의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이 가장 열렬한 지지 그룹을 자처한다. 실리콘밸리는 △극빈층 증가 △소득 불평등 확대 △중산층 몰락 △특히 사물인터넷(loT)·사이버물리시스템(CPS)·인공지능·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감소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와이콤비네이터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지난해 1월 “기술이 전통적인 일자리를 없애고 막대한 부가 새로 창출됨에 따라, 미래 어느 시점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본소득의 일부 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기본소득 실험을 공식화했다. 2015년엔 와이콤비네이터 연구소를 세워 실험을 준비했고, 그 책임자가 로즈 박사다. 리스본 총회에 참석한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한신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학자들을 설문조사하면 반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직업이 없어지리라 보고 반은 아니라고 보는데,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업가들은 진짜로 미래에 직업이 없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이 사라진 세계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생기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을 하고 인간은 남는 시간에 의미 있는 다른 활동을 찾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했다.

지난 9월25일(현지시각) 포르투갈 리스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기획사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 연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본실험 설계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9월25일(현지시각) 포르투갈 리스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17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에서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기획사 와이콤비네이터의 기본소득 실험 연구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로즈 박사가 본실험 설계와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강 대표는 다양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좀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지난해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선진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10만개가 새로 생겨나 전체로는 500만개가 줄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의 2013년 공동연구는 기존 임금노동의 50~70%가 컴퓨터로 대체 가능하다고 추정한다. 인공지능의 아버지이자 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사이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득의 90%는 다른 사람의 지식(빅데이터)을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90%의 소득세율이 적절하다. 그러나 기업가에게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70% 세율로 일률적으로 과세하고 그 수입을 기본소득으로 나누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으나, 토론은 자주 추측과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래되거나 방법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이질적인 맥락(제3세계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에 의존하곤 했다. 로즈 박사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데이터와 경험의 부족은 엄격한 정책 분석과 데이터에 근거한 정치적 토론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학문적이고 정책적이고 정치적인 토론을 돕기 위해 미국에서 기본소득 지급의 효과를 수량화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좌파 일부에서는 실리콘밸리의 기본소득 열풍에 의구심을 보인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소유한 테크노크라트들이 프레카리아트(저숙련·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의 비판을 잠재우려는 ‘진통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착취와 불평등의 근원을 감추는 눈속임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우파는 기본소득을 공공주택과 의료지원 등 기존 사회복지제도를 모두 대체하는 ‘저비용 고효율’ 복지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와이콤비네이터도 기존 복지제도의 대안이 아닌 보완으로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로즈 박사는 “기본소득이 특정 수급자의 현재 혹은 미래의 정부 보조 자격을 제한하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개 주에서 실험으로 받는 기본소득이 주정부 복지 수급 자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행정 협조를 구하고 있다. 실험 기간 중 푸드 스탬프를 제외한 정부 차원의 복지 혜택은 그대로 주어진다.

로즈 박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샘 올트먼 등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테크노크라트한테 향하는 의심을 해명했다. 그는 “샘은 슈퍼갑부이고, 세금을 내도 여전히 부자다. 부자라고 왜 대다수 시민이 고군분투하는 나쁜 공동체에서 살고 싶겠나?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자기 돈을 내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목적과 관련해서도 “와이콤비네이터 연구소는 비영리로, 회사 홍보와도 무관한 샘의 개인적인 관심사”라며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험(기본소득 도입 논란)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우리가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게 된다면 정치인들에게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리스본/글·사진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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