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야후재팬에 기사가 등록된 지 두시간 남짓 만에 댓글이 2845개나 달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악성 댓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소씨는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야당에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 것 아닌가!”
23일 오후 2시. 일본 최대 뉴스 포털인 ‘야후재팬’의 머리기사는 재무성을 둘러싼 잇단 스캔들에도 사임을 거부하는 아소 다로 부총리를 향해 야당이 심의를 거부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지통신> 기사였다. 접속해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해 봤다. 기사가 등록된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400개 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다시 한 시간 반 뒤 확인하자 댓글 수는 무려 2845개로 늘어 있었다. 대부분 사임을 거부하는 아소 부총리를 두둔하고, 야당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한국 뉴스 포털도 악성 댓글로 몸살을 앓지만, 일본의 사정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혐한’이나 반중을 부추기는 우익 언론의 기사가 올라올 경우 이에 달리는 댓글은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댓글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야후재팬은 지난해 6월부터 대량으로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기사에 대한 댓글을 직원들의 점검과 프로그램을 통해서 찾아내 삭제하거나 보이지 않게 하는 ‘비표시’ 조처를 취하고 있다. 야후와 릿쿄대의 공동 분석에서는 일주일 동안 100번 이상 댓글을 단 사람은 전체의 1%였는데, 이들이 단 댓글의 양이 전체 댓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이르렀다.
특히 혐한 관련 댓글이 문제다. 야후와 릿쿄대 공동 분석을 보면, 야후 뉴스 사이트 기사 댓글에 등장하는 단어 가운데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것이 약 20%였다. 특히 지난 2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도쿄 본부 건물에 우익 남성들이 총격을 가한 사건에 대한 기사 댓글에는 “(총을 쏜) 마음은 이해한다” 같은 댓글이 다수 달렸다. 그러나 일본에선 언론사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댓글을 다는 예는 거의 없다.
미국의 사정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 미국에는 한국의 네이버나 일본의 야후재팬처럼 여러 언론의 뉴스를 모아 편집·배치하고 쉽게 댓글을 달게 하는 포털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가장 많은 미국인들이 이용하는 구글은 순수하게 검색 기능만 제공한다. 그래서 기사에 댓글을 달려면 기사를 검색한 뒤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들어가야 한다. 미국야후는 기사 밑에 직접 댓글을 달 수 있지만 구글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미국야후는 전체 댓글의 태도를 세 가지로 분석해 숫자를 표기하지만, 네이버처럼 편가르기와 경쟁을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는 없다.
미국의 대표 언론인 <뉴욕 타임스>·<워싱턴 포스트>·<월스트리트 저널>은 기사 아래 또는 위에 댓글 숫자만 표기한다. 기사의 첫 화면에서 댓글을 볼 수 없고 클릭을 한 번 더 해야 댓글이 나온다. 글을 쓰려면 검증된 이메일 계정을 통해 회원 가입을 한 뒤 로그인해야 한다. 또 혐오스럽거나, 외설적이거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가이드라인이 있다. <뉴욕 타임스>는 댓글을 달 수 있는 기사를 한정하고 있다.
유럽 언론의 사정도 비슷하다. <가디언> 등 주요 언론사 사이트에는 댓글난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선 댓글 등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정보서비스 제공자에게 가짜뉴스 등의 확산을 막도록 엄격한 책임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했다. 가짜뉴스가 명백할 경우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삭제해야 하고, 위반할 경우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은 “영국인들은 뉴스 댓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황준범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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