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콜롬비아가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국경을 폐쇄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양국을 잇는 시몬 볼리바르 육교를 건너려다가 제지당하고 있다. 라파라다/AP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두어 달 새 동북아시아에 이어 중동과 유럽 등 유라시아 전역을 덮친 데 이어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도 확진 및 사망자가 늘면서 비상이 걸렸다.
14일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남미 상당수 나라도 적색경보 발령, 집회 금지, 국경 폐쇄 등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날 현재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포함한 중미와 남미 대륙 21개국에서도 최소 1명에서 많게는 150여명(브라질)의 확진자가 나왔다. 사망자가 보고된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각 2명), 파나마(1명) 등 3개국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북미와 유럽의 선례에 비춰 한번 방역망이 무너지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강력한 선제 차단에 나섰다.
에콰도르는 14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쇄국령을 선포하고 모든 공공집회와 대중 행사를 금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외 체류 중인 자국민과 에콰도르 장기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16일까지 귀국해야 한다. 파나마 정부는 이날부터 유럽과 아시아에서 오는 항공편은 화물, 의료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품을 제외하곤 입국을 전면 금지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는 이날 인접국 베네수엘라의 육로 국경통과소를 폐쇄한 데 이어, ‘자가격리’ 지시를 어기고 체류 중인 호텔을 벗어난 프랑스 및 스페인 국적자 4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도 이날 최근 14일 안에 코로나19가 심각하게 번진 나라들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향후 30일 동안 금지한 포고령을 발표했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3개국은 14일 자국민의 모든 대규모 집회나 공공장소 행사를 금지하고 일부 또는 전면 휴교령을 내렸다. 온두라스 정부는 이날 전국에 2주간의 적색경보를 발령하고 5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으며, 확진자 집중치료를 위한 전담 의료진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14일 칠레 남부 칠로에섬의 카스트로 항구 앞바다에 탑승객 중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명을 받은 크루즈선 실버 익스플로러호가 해상 격리된 채 떠 있다. 카스트로/로이터 연합뉴스
칠레는 14일 태평양 연안 파타고니아의 피요르드 해안을 순항 중인 크루즈선 2척의 선원과 탑승객 1300여명 전원을 격리한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칠레 보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하마 선적의 ‘실버 익스플로러’호는 수도 산티아고에서 2400㎞나 떨어진 남단의 항구도시 칼레타 토르텔에 잠시 기항했을 때 85살 영국인 승객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선박 전체가 봉쇄됐다. 칠레 당국은 앞서 아르헨티나 해역에서 들어온 ‘아즈마라 퍼수트’호도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타고 있다는 이유로 자국 기항을 금지하고 해상 격리했다.
아르헨티나도 이날 최근 14일 안에 코로나19가 심각하게 번진 나라들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향후 30일 동안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구체적으로 해당국들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이란과 상당수 유럽 국가 시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남미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은 브라질에선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가 각급 학교에 휴교령를 내려졌다. 앞서 지난주엔 파라과이, 파나마, 코스타리카 정부가 공연, 축제, 집회를 중단하고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르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지역의 휴교를 결정한 바 있다.
14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나이로비 인근 온가타 롱가이 마을의 아파트 건물 전체를 소독하기 위해 보건 일꾼들이 방역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로비/AFP 연합뉴스
아프리카도 북서쪽 끝 모로코에서부터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섬나라 세이셸까지 대륙 전역에 걸쳐 24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전체 54개국의 절반 가까이가 감염권에 든 것이다. 이들 나라도 휴교령 아프리카의 확진자 상당수는 최근 유럽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아프리카 대다수 나라의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해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할 경우 높은 치사율과 심각한 사회적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전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코로나19의 예방과 진단, 치료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아프리카 인구는 약 13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지만, 보건·의료 분야 지출은 전세계의 1%에 불과하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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