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각) 텍사스주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로 철수하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 해당 총영사관을 “연구 절도의 진원지”라고 지목하면서 중국의 기술·연구 탈취 행위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하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휴스턴 중국 총영사와 2명의 외교관이 최근 (휴스턴의) 조지부시국제공항에서 허위 신분증을 사용하다가 적발됐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들 외교관들이 전세기 게이트 지역으로 중국 여객들을 에스코트하려고 거짓 생년월일이 적힌 신분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체제 전복적 행동에 관여해온 전력”을 갖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중국 군대에 의한 연구 성과 절도의 “진원지(epicenter)”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내에서 중국의 과학기술 절도 시도가 최근 6개월 사이 가속화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노력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조처가 “미국의 지적 재산권 및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덴마크 코펜하겐 방문 중에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관해 분명한 기대를 밝혀왔다”며 “그들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미국 국민과 안보, 경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관여한 연구·기술 절도 의혹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전날 중국 국가안전부와 연계 속에 첨단기술 기업과 제약회사 등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관련 정보 등을 해킹해온 중국인 2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인 중국인 천쑹을 현역 중국 군 신분을 속인 혐의(비자 사기)로 입건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소한 중국인 군사 연구원을 중국 영사관이 은닉하고 있다는 <액시오스>의 보도도 22일 나왔다. 비자 신청 때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계 없다고 거짓말을 했던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학교의 중국인 군사 연구원 탕주안이 지난달 연방수사국의 조사를 받고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영사관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중국 공관을 추가로 폐쇄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연구 절도 행위에 이처럼 중국 공관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미국 내 중국 대사관(공관)을 추가로 폐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폐쇄한 공관에서 불이 난 줄 알았다”며 “그들은 문서나 종이를 태우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다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의 발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공관들이 연구 절도와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는 워싱턴에 있는 대사관을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코, 휴스턴 등 총영사관 5곳, 유엔사무소(뉴욕) 등 모두 7곳에 중국 공관이 있다.
미국이 이들 가운데 휴스턴 총영사관을 우선 겨눈 것은 다른 공관을 폐쇄하는 것보다는 덜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짚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중국 우한에 있는 미국의 총영사관과 ‘자매 공관’인데, 우한 총영사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이 이미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다. 중국이 ‘상응 조처’로 우한 총영사관을 폐쇄하더라도 영향이 적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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