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할 테니 접촉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북한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10일(현지시각)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주 북한 쪽에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은 이 제안을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외교에 열려있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는 대북정책의 얼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로부터 며칠 만에 미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에 설명 기회를 갖고자 타진했다는 얘기다. 미 정부는 대북정책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우선 북한에 설명한 뒤에 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5일 <워싱턴 포스트>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이 ‘바이든의 북한 전략: 서둘러라 그리고 기다려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전한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로긴은 이 칼럼에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전달하려 시도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다고 두 명의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한 바 있다. 그러나 10일 전해진 내용이 맞는다면 북한은 지난주 중반 이후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 내용에 부정적이라거나, 접촉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 내부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얼개를 직접 겨냥해 공개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지난 2일 연쇄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판했지만, 그때 문제 삼은 것은 ‘북·이란 핵에 외교와 단호한 억지력’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연설과,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한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이었다.
정부는 또한 중국 견제 성격의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의 비공식 협의체 ‘쿼드’(Quad)에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해, 코로나19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3개 분야로 진행되는 워킹그룹에 분야별로 참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우리 정부에 쿼드 워킹그룹 참여 요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청와대가 “투명성, 개방성, 포용성, 국제규범 등을 준수한다면 어떤 지역 협력체 구상과도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던 사실을 환기하면서 “지금 (미국으로부터) 무슨 요청을 받아서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선임국장은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화상 토론 연설에서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안보동맹이 아니라 매우 유연한 체제”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4개 국가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구조가 아니다”라며 “역내에 실질적 위협과 도전이 되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이들 현안에 관심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장려하도록 열린 구조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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