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이 지난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던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제발!”
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러시아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시민들은 거리 시위로 수천여 명이 체포됐지만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영국·스위스·브라질·일본·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도 러시아를 비난하는 집회, 서명 등 ‘반러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전쟁 반대’ 집회에 나섰다가 체포된 사람이 3039명에 달했다. 러시아 시민들은 아랑곳없이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전쟁 반대’ 피켓,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드는 방식으로 반전 시위를 이어갔다. 미국 <에이피>(AP) 통신은 “정부의 탄압에도 러시아에서 반전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각계 성명도 쏟아지고 있다. 6천여명이 넘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26일 성명을 냈고, 건축가·엔지니어 3400여명, 교사 500명도 동참했다. 언론인, 지방의회 의원, 문화계 인사들도 전쟁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유명 현대 미술관인 ‘개러지’는 이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전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중단될까지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분열과 고립을 만드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서명에 현재 78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는 속에서 <노바야 가제타> 등 러시아 독립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과 러시아 반전 집회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 편집장은 “전쟁 관련 소식을 정부 발표대로만 전하라는 준칙은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26일 <노바야 가제타> 등 일부 언론이 “군사 작전을 ‘공격’, ‘침공’,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등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리집 접근 제한, 벌금 등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대한 비난은 세계 곳곳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프랑스·독일·그리스·스위스·이란·멕시코·일본·한국 등에서 러시아의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26일 주최측 추산으로 2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도쿄 신주쿠에서는 일본에 사는 러시아 사람들 100여명 모여 “우리는 러시아인이지만 전쟁에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했다. 전 세계 집회 참가자들은 ‘#stop War’(전쟁 중단)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온라인에 시위 상황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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