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해 만든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셸’은 28일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합작 프로젝트를 포함해 러시아의 모든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세계 굴지에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잇따라 철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조처를 꺼내들었다.
영국과 네덜란드가 합작해 만든 세계적 에너지기업인 ‘셸’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합작 프로젝트를 포함해 러시아의 모든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셸은 이날 자료를 내고 세계 최대규모의 석유·가스 개발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엔 러시아의 가즈프롬(지분 50%)·셸(27.5%)·미쓰이물산(12.5%)·미쓰비시상사(10%)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벤 반 뷰든 셸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의 인명피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는 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무분별한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 행위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각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관련 제재를 준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셸은 사할인2 이외에도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석유개발, 파이프라인 공급, 에너지 개발 등 다른 사업도 모두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도 이날 러시아 사업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합작회사도 매각한다고 밝혔다. 안데르스 오페달 에퀴노르 최고경영자는 자료를 내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러시아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에너지 개발 대기업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27일 러시아 국영 석유개발업체 로스네프트의 지분(19.75%)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시장가치로 140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30여년 동안 러시아에서 사업을 해온 비피는 러시아 최대 외국 투자자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도 러시아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독일 다임러 트럭은 러시아 최대 장갑차 업체인 ‘카마즈’와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럭 생산이나 부품 공급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스웨덴 볼보,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도 러시아에서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월트 디즈니는 28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서 영화 개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는 자원 이외 뚜렷한 산업이 없다. 강력한 제재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짚었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1일 외국 기업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가 “정치적 압력” 때문이라며 “(외국 기업) 러시아 자산 이탈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대통령령이 준비됐다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방법은 거론하지 밝히지 않았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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