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1년 이상 면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침공에 이르는 3단계 전략까지 세워가며 전쟁을 준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2일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지난달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1831년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안보 분야의 싱크탱크다.
연구소는 보고서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드미트리 코자크 대통령실 부실장과 1년 넘게 우크라이나 침공 예정표를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이 계획에 따라 러시아는 지난해 봄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했고, 겨울철을 맞아 에너지 가격이 오르도록 조작해 시민들의 불만을 유도하고, 반정부 운동을 조직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여론·사회 조사를 실시하는 등 면밀히 내부 분위기를 파악했고, 미국과 유럽의 동향도 살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협조적인 인물 목록을 만드는 것은 물론, 저항할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의 명단도 작성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의 이런 분석은 이 전쟁이 사전에 계획됐고(premeditated) 우발적인 게 아니다(unprovoked)는 미국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3단계 대응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1단계는 침공을 언급하면서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 일부를 빼앗는 것, 2단계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러시아에 가까운 정부를 세우는 것, 3단계는 직접 침공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러시아가 이미 3단계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지난 수개월간 우크라이나를 압박했지만 양보를 끌어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에서 반정부 움직임을 만들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는 침공을 감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라고 짚었다. 전투가 길어지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희생도 커지겠지만, 러시아도 무거운 대가를 감당해야 한다”며 그러면 “이 전쟁은 실패였다는 인식이 러시아에 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사회·제도를 무너뜨리면 우크라이나는 분열되고, 일부는 러시아에 병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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