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원자력규제 감독 당국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하르키우에 있는 원자력 연구시설인 ‘물리·기술 연구소’의 변전소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원자력규제 감독국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에서 100년 가까이 된 원자력 연구소 시설 일부가 파괴됐다. 방사성 물질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핵시설 공격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7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있는 원자력 연구시설인 ‘물리·기술 연구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곳에는 소형 연구용 원자로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원자력규제 감독 당국은 러시아의 공격으로 연구소의 변전소가 파괴되고, 핵 중성자 발생 장치가 있는 건물 일부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방사성 물질 유출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새로운 핵 테러 공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구소련 시대인 1928년 만들어진 이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과학 연구 등의 거점인 곳이다. 연구소 내에는 핵 중성자 발생 장치가 있는 연구 센터 건물이 있는데, 미국 아르곤 국립 실험실과 협력해 지은 시설이다. 핵물리학뿐만 아니라 생물학·화학, 의료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 등의 연구를 위해 만든 곳이다.
우르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는 원자력 연구시설인 ‘물리·기술 연구소’ 모습. 구소련 시대인 1928년 만들어진 이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과학 연구 등의 거점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트위터 갈무리
러시아군은 재앙에 가까운 사고 위험이 있는 우크라이나 핵시설 공격을 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을 탱크까지 동원한 공격으로 장악했다.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도 통제권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지난달 27일엔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하르키우에 있는 핵폐기물 저장소 인근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러시아군의 진군 상황으로 봤을 때, 남부 미콜라이우에 있는 원전도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 개발 등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에 국제원자력기구는 대변인 명의로 “우크라이나가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정보는 없다”고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아키야마 노부마사 히토쓰바시대(국제정치·핵문제)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하르키우 연구소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개발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스스로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야마 교수는 원전 장악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는 전력의 절반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원전을 제압하면 정부와 국민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무력 공격은 ‘러시아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심도 심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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