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의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이송한 뒤 지하에 저장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상은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이날부터 도쿄 등에서 열리는 ‘탈탄소 국제회의’에 맞춰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 관계자를 만난다”며 “조만간 이 업체와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지하에 저장(CCS)하는 사업을 두고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자국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액화시켜 선박으로 운반해 페트로나스가 말레이반도 앞바다에 보유한 가스전 등에 저장하겠다는 계획이다. 2028년 시작을 목표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은 실효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도 지하에 저장하면 그만큼 ‘삭감’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국제사회의 흐름이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2019년 개정된 런던협약·의정서엔 이산화탄소 지하저장을 위해 해외로 이송할 경우 당사국과 규칙을 만들어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신문은 “화력발전에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이산화탄소의 지하저장을 전력의 안정 공급과 탈탄소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20%에 해당하는 연간 1억2천만t~2억4천만t을 지하에 저장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산화탄소 지하저장 기술의 실용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산화탄소 저장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법을 마련할 방침이다. 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은 물론 세금 혜택이나 보조금 등 각종 지원에 나선다. 이미 이토추상사와 이데미쓰코산, 에네오스 등 기업 3곳은 이산화탄소 지하저장 사업화를 위해 조사·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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