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이 ‘영향력 있는 기업인’ 2위에 꼽혔다.
[특파원리포트] 세계최고 도요타의 또다른 얼굴① -정경유착
도요타자동차는 올 3월 결산에서 1조3천억엔(약 11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4년째 최고치 갱신이다. 수익 규모는 세계 최고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짜는’ 철저한 비용절감과 ‘카이젠’(개선)으로 상징되는 일상적 혁신으로, 도요타는 늘 따라 배워야 할 존재로 각인돼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경영의 모범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도요타는 빠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카(연료겸용차) 보급의 선두주자여서, 지구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업체임에도 환경친화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런 세계적 ‘모범기업’에 쓴소리를 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리콜 사례가 늘고 일본 국내시장에 투입한 고급차종인 렉서스가 판매 부진을 겪고는 있지만, 이는 도요타의 체면을 조금 구기는 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성역을 모르는’ 일본의 주간지 <주간금요일>이 최근 ‘도요타의 정체’라는 제목으로 도요타의 어두운 면을 해부한 10회 연재기사를 내보냈다. <주간금요일>은, <한겨레>를 본따 일본에서 진보적 일간지를 창간하려던 언론인들이 현실적 장벽에 부딪쳐 포기하고 대신에 만든 주간지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에 대한 찬사 위주 기사가 대부분인 가운데, 균형있는 시각을 위해 몇차례로 나눠 소개한다.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자민당에 먼저 제안
도요타의 첫번째 숨겨진 얼굴은 ‘만년여당’ 자민당과의 유착이다. 지난해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참의원에서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되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실시했다. 그 선거전이 한창일 무렵이다. 도요타의 하청업체들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도요타로부터 ‘자민당 지원령’이 떨어졌다. 하청업체들은 도요타의 비용절감 요구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지만 이런 요청은 처음이었다.
놀라기는 도요타가 자리잡고 있는 아이치현의 자민당 지부연합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도요타 경영진은 자민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적이 없었다. 도요타 노조의 민주당 지원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아이치현은 제1야당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릴 만큼 자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요타가 거꾸로 자민당 쪽에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며 물어왔다. 도요타가 자민당 지원 방침을 밝힌 것도 놀랄 만한 일이었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더더욱 입을 다물기 어렵다.
자민당 정당 연설회의 인원 동원은 기본이었다. 연설회에는 도요타 관련회사의 사원이 직접 접수를 맡았다. 참석자의 명함을 받거나 이름을 적도록 했다. 업체마다 할당된 동원인원을 제대로 채웠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도요타 그룹 사원의 부인과 딸 등 여성들의 자민당 응원 집회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도요타의 한 간부는 “우리는 정부·자민당과의 관계 속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되면 도요타의 사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있지만, 유권자의 선거운동 지원에는 제한이 없다. 때문에 건설사 등 자민당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기업들이 자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직원들을 파견하는 사례가 흔하다.
헌법 개정에도 적극적인 오쿠다 회장 선거(9월11일) 직전인 9월6일 고이즈미가 아이치현에서 유세를 했다. 평일 낮인데도 유세장인 도요타스타디움에는 6천명이 빼곡이 들어찼고, 양복 차림의 도요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고이즈미를 영접한 사람은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부회장이었다. 정치 쪽으론 얼씬도 하지 않던 조 부회장까지 나선 데 대해 고이즈미도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 저녁엔 시민문화회관에서 자민당 궐기대회가 열렸다. 와타나베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관련 기업 사장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역시 전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자민당 지원을 다짐했다. 아이치 지역 다른 기업들의 태도도 현격하게 달라졌다. 이 지역 업계는 소선거구마다 자민당 지원 업무를 맡을 간사회사와 담당창구를 정했다. 지금까지 총무과장이나 비서실장이 고작이던 담당창구는 사장과 임원급으로 몇계단 격상됐다. ‘도요타 선거’의 효과는 뚜렷했다. 2003년 15개 선거구 가운데 5석을 얻는 데 그쳤던 자민당은 이번에 9석으로, 의석을 두배 가까이 늘렸다. 아이치현 자민당 간부는 몇십년 동안 선거를 경험했지만 도요타가 이렇게 도운 것은 처음이며, 경제계의 지원 또한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기업이 한덩어리가 돼 여당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라며 도요타를 비난했다. 자민당 총력지원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니혼게이단렌 회장이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온 도요타의 창업주 일가와 달리 그는 정치색이 매우 짙다. 직설적 성격의 오쿠다는 필리핀 주재 시절 당시 마르코스 정권과 깊숙한 관계를 맺어 도요타 쇼이치로 사장(현 명예회장)의 신임을 얻고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와의 유착을 원동력으로 출세한 대표적 인사다. 게이단렌이 독자적인 헌법개정 개요를 내놓도록 할 만큼 정치개입 의욕이 넘쳐난다. 그는 중의원 해산 2주전 고이즈미를 만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고이즈미는 해산 당일 오쿠다 등 게이단렌 간부들을 만나 다시금 지원을 확약받았다. 2002년 게이단렌 회장에 오른 오쿠다는 “정치헌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지난 93년 담합사건이 들통나 중단된 게이단렌의 정치헌금 알선을 2004년에 재개한 바 있다. 정치헌금, 자민당엔 6440만엔, 민주당엔 0엔 이 해 업계의 정치헌금은 자민당 22억2천만엔에 이른 반면, 민주당은 6천만엔에 그쳤다. 자민당에 돈을 몰아주기 위한 정치헌금 재개였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도요타의 정치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3년 6440만엔으로 2위인 혼다(3100만엔)의 두 배를 넘는다. 민주당엔 한푼도 주지 않았다. 업계단체인 자동차공업회를 통한 자민당 헌금도 8040만엔에 이른다. 물론 이런 전방위 지원에 공짜가 있을 리 없다. 정치권에 대한 입김을 강화해 도요타와 재계에 유리한 정책을 대가로 얻어내는 게 ‘당연한 거래’다. 고이즈미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 위원인 오쿠다가 고이즈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특정도로재원의 일반재원화 중단을 요구한 게 가장 직접적인 사례다. 도로정비에만 한정한 재원을 그 외에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는 이 조처는 빚더미에 앉은 국가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시급한 것이다. 현재 일본의 도로 예산은 면적이 26배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일반재원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류됐다. 도요타의 ‘정책매수’가 성공한 것이다. 도쿄/<한겨레>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05년 9월 11일 치러진 중의원선거에서 예상을 웃도는 압승을 거둬 일본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진은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 당일 개표 도중 아베 신조(왼쪽)자민당 간사장대리 등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는 가운데 당선이 확정된 자당 후보들의 이름 위에 장미꽃을 꽂아주고 있는 장면. AP/연합
헌법 개정에도 적극적인 오쿠다 회장 선거(9월11일) 직전인 9월6일 고이즈미가 아이치현에서 유세를 했다. 평일 낮인데도 유세장인 도요타스타디움에는 6천명이 빼곡이 들어찼고, 양복 차림의 도요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고이즈미를 영접한 사람은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부회장이었다. 정치 쪽으론 얼씬도 하지 않던 조 부회장까지 나선 데 대해 고이즈미도 놀라는 눈치였다. 이날 저녁엔 시민문화회관에서 자민당 궐기대회가 열렸다. 와타나베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관련 기업 사장들이 일제히 참석했다. 역시 전례없는 일이다. 이들은 연단에 올라 자민당 지원을 다짐했다. 아이치 지역 다른 기업들의 태도도 현격하게 달라졌다. 이 지역 업계는 소선거구마다 자민당 지원 업무를 맡을 간사회사와 담당창구를 정했다. 지금까지 총무과장이나 비서실장이 고작이던 담당창구는 사장과 임원급으로 몇계단 격상됐다. ‘도요타 선거’의 효과는 뚜렷했다. 2003년 15개 선거구 가운데 5석을 얻는 데 그쳤던 자민당은 이번에 9석으로, 의석을 두배 가까이 늘렸다. 아이치현 자민당 간부는 몇십년 동안 선거를 경험했지만 도요타가 이렇게 도운 것은 처음이며, 경제계의 지원 또한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고 말했다. 민주당 쪽에선 “기업이 한덩어리가 돼 여당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라며 도요타를 비난했다. 자민당 총력지원을 진두지휘한 인물은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자동차 회장 겸 니혼게이단렌 회장이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온 도요타의 창업주 일가와 달리 그는 정치색이 매우 짙다. 직설적 성격의 오쿠다는 필리핀 주재 시절 당시 마르코스 정권과 깊숙한 관계를 맺어 도요타 쇼이치로 사장(현 명예회장)의 신임을 얻고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와의 유착을 원동력으로 출세한 대표적 인사다. 게이단렌이 독자적인 헌법개정 개요를 내놓도록 할 만큼 정치개입 의욕이 넘쳐난다. 그는 중의원 해산 2주전 고이즈미를 만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고이즈미는 해산 당일 오쿠다 등 게이단렌 간부들을 만나 다시금 지원을 확약받았다. 2002년 게이단렌 회장에 오른 오쿠다는 “정치헌금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지난 93년 담합사건이 들통나 중단된 게이단렌의 정치헌금 알선을 2004년에 재개한 바 있다. 정치헌금, 자민당엔 6440만엔, 민주당엔 0엔 이 해 업계의 정치헌금은 자민당 22억2천만엔에 이른 반면, 민주당은 6천만엔에 그쳤다. 자민당에 돈을 몰아주기 위한 정치헌금 재개였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도요타의 정치헌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3년 6440만엔으로 2위인 혼다(3100만엔)의 두 배를 넘는다. 민주당엔 한푼도 주지 않았다. 업계단체인 자동차공업회를 통한 자민당 헌금도 8040만엔에 이른다. 물론 이런 전방위 지원에 공짜가 있을 리 없다. 정치권에 대한 입김을 강화해 도요타와 재계에 유리한 정책을 대가로 얻어내는 게 ‘당연한 거래’다. 고이즈미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 위원인 오쿠다가 고이즈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특정도로재원의 일반재원화 중단을 요구한 게 가장 직접적인 사례다. 도로정비에만 한정한 재원을 그 외에도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예산을 절약하는 이 조처는 빚더미에 앉은 국가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시급한 것이다. 현재 일본의 도로 예산은 면적이 26배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일반재원화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류됐다. 도요타의 ‘정책매수’가 성공한 것이다. 도쿄/<한겨레>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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