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눈부신 성과에 힘입어 오쿠다 히로시 도요타 회장이 ‘영향력 있는 기업인’ 2위에 꼽혔다.
[특파원리포트] ‘도요타의 또다른 얼굴’ 연재를 마치며
퇴적층처럼 굳어진 도요타 이미지에 던지는 돌멩이
도요타자동차를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연재 기사로 온라인 독자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관심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그것은 순전히 ‘도요타의 힘’ 때문이다. 도요타라는 존재가 우리의 인식과 사회 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
우리 눈에 비친 도요타는 신화적 존재다. 속되게 비유하자면, 얼굴이 잘 생긴 녀석이 집도 부자고, 공부 뿐아니라 운동도 뛰어나고, 거기에 인간성까지 좋은 격이다.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 내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요타를 해부한 일본 주간지 <주간금요일>의 시리즈를 접한 뒤,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를 할 것인지를 놓고 적잖이 고민을 했다.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도 도요타의 모범기업 이미지가 워낙 뿌리깊어 나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기 어려웠다. 특히 도요타를 ‘양의 탈을 쓴 늑대’에 비유한 미국 환경단체 광고 등은 몹시 충격적이었다. 정신없이 ‘잘 나가는’ 도요타의 ‘성공신화’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10회 시리즈를 모두 정독은 물론 재독까지 한 뒤 연재를 마음먹었다. 이런 결정에는 폭로와 선정으로 가득찬 일본의 통속 주간지와 달리 성역 없는 비판과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데 앞장서 온 <주간금요일>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다.
이 주간지의 원래 시리즈 제목은 ‘도요타의 정체’였다. 야누스에 가깝게 도요타의 두 얼굴을 그린 것이었다. 비판의 강도가 훨씬 높고, 주장의 농도도 짙었다. 우리 독자들이 ‘소화불량’에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팩트와 사례를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핵심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내용이나 주장은 상당부분 걸러냈다.
도요타 신화 부정이 아니라, 주목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이 연재는 도요타 신화를 정면으로 부정한 게 아니다. 끝없는 개선을 통한 경영 효율화, 인재육성 중시와 종신고용을 통한 고용안정, 하청업체와의 공생 도모, 친환경 등의 측면에서 도요타는 제조업계 최고 수준임은 분명하다. 연간 1조엔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려 쌍벽을 이루는 삼성전자와 비교해볼 때, 기업윤리 면에서도 한결 도덕적이다. 총수 1인지배의 문제점이나 편법 상속, 몇백억대의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지탄받을 ‘꺼리’가 별로 없다. 이번 연재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도요타의 이런 모습을 전제로 하고, 주목받지 않았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점을 첫 글에서부터 양해를 구했음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의 격한 반응도 잇따랐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 도요타를 폄하하거나, 딴지를 걸려는 의도는 털끝만큼도 없었음을 다시 밝혀둔다. 도요타의 또다른 얼굴을 거칠게나마 바라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도요타를 좀더 제대로 알고, 균형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자는 것 뿐이다. 도요타의 기존 이미지가 오랜 기간 겹겹이 쌓여 형성된 두터운 퇴적층이라면, 이 연재는 거기에 던져진 ‘짱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문제제기만 한 수준이다. ‘ 도요타 따라배우기’는 경제정의’에 충실해야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먼저, 일본의 기업문화를 주도하는 도요타가 정치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년여당’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몰아주고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해주는 대신, 정책결정에 입김을 행사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도요타자동차가 달려갈 길이 아니다. 도요타의 중단없는 ‘가이젠’(개선) 노력은 당연히 본받아야 하겠지만, 때론 그 ‘칼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짠다’는 말로 대변되는 도요타의 철저한 비용절감을 칭찬만 할 게 아니라, 쥐어 짜이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동자의 숨돌릴 틈조차 효율저하를 낳는 제거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노동자나 하청기업, 일본 사회와 좀더 균등하게 ‘공생’하는 방안은 없는지. 단지 생산성 향상만으로 1조엔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게 아니라면, 비정규직의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고, 수익배분에서 하청업체의 몫을 좀더 늘리고,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친환경 기업에 걸맞은 일관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등등. 앞으로 도요타를 바라볼 때는 이런 항목들을 챙겨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선두 기업인 도요타가 ‘경제정의’에 좀더 충실할 때 ‘도요타 따라배우기’는 참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요타는 많은 기업들을 효율지상주의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기관차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마른수건 쥐어짜기” 칭송만이 아니라 “짜이는 대상이 누구인가” 성찰해야 차분하게 돌이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맹목에 가깝게 도요타를 바라봐 왔는지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도요타의 실적과 이미지 관리가 탁월했지만, 도요타의 어두운 면에는 눈을 감은 언론 보도의 탓도 컸다. 2년 넘게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해오면서 주요 언론에서 도요타를 비판한 기사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 리콜 급증과 북미 자회사 사장의 성희롱 피소 사건을 계기로, 세계 1위 등극을 앞둔 도요타의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은 게 고작이다. <한겨레> 역시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 자극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한 것이긴 하지만, ‘상생 경영’을 주제로 한 대형 연재 기사에서 도요타의 긍정적인 면을 한껏 부각시킨 적이 있다. 이번 연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균형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됐다. 아울러 도요타의 부정적인 면을 파헤치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힘든 작업임은 틀림없지만, 능력과 의지의 부족으로 직접 취재를 해 전달하지 못한 점은 독자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도쿄/<한겨레>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도요타 신화 부정이 아니라, 주목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 이 연재는 도요타 신화를 정면으로 부정한 게 아니다. 끝없는 개선을 통한 경영 효율화, 인재육성 중시와 종신고용을 통한 고용안정, 하청업체와의 공생 도모, 친환경 등의 측면에서 도요타는 제조업계 최고 수준임은 분명하다. 연간 1조엔 이상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려 쌍벽을 이루는 삼성전자와 비교해볼 때, 기업윤리 면에서도 한결 도덕적이다. 총수 1인지배의 문제점이나 편법 상속, 몇백억대의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지탄받을 ‘꺼리’가 별로 없다. 이번 연재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도요타의 이런 모습을 전제로 하고, 주목받지 않았던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점을 첫 글에서부터 양해를 구했음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의 격한 반응도 잇따랐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 도요타를 폄하하거나, 딴지를 걸려는 의도는 털끝만큼도 없었음을 다시 밝혀둔다. 도요타의 또다른 얼굴을 거칠게나마 바라보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도요타를 좀더 제대로 알고, 균형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자는 것 뿐이다. 도요타의 기존 이미지가 오랜 기간 겹겹이 쌓여 형성된 두터운 퇴적층이라면, 이 연재는 거기에 던져진 ‘짱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문제제기만 한 수준이다. ‘ 도요타 따라배우기’는 경제정의’에 충실해야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생각은 이런 것이다. 먼저, 일본의 기업문화를 주도하는 도요타가 정치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만년여당’ 자민당에 정치자금을 몰아주고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해주는 대신, 정책결정에 입김을 행사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도요타자동차가 달려갈 길이 아니다. 도요타의 중단없는 ‘가이젠’(개선) 노력은 당연히 본받아야 하겠지만, 때론 그 ‘칼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짠다’는 말로 대변되는 도요타의 철저한 비용절감을 칭찬만 할 게 아니라, 쥐어 짜이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노동자의 숨돌릴 틈조차 효율저하를 낳는 제거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노동자나 하청기업, 일본 사회와 좀더 균등하게 ‘공생’하는 방안은 없는지. 단지 생산성 향상만으로 1조엔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게 아니라면, 비정규직의 비중을 차츰 줄여나가고, 수익배분에서 하청업체의 몫을 좀더 늘리고, 사회적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친환경 기업에 걸맞은 일관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등등. 앞으로 도요타를 바라볼 때는 이런 항목들을 챙겨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선두 기업인 도요타가 ‘경제정의’에 좀더 충실할 때 ‘도요타 따라배우기’는 참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요타는 많은 기업들을 효율지상주의로 몰아가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기관차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마른수건 쥐어짜기” 칭송만이 아니라 “짜이는 대상이 누구인가” 성찰해야 차분하게 돌이켜보면 우리가 얼마나 맹목에 가깝게 도요타를 바라봐 왔는지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도요타의 실적과 이미지 관리가 탁월했지만, 도요타의 어두운 면에는 눈을 감은 언론 보도의 탓도 컸다. 2년 넘게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해오면서 주요 언론에서 도요타를 비판한 기사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 리콜 급증과 북미 자회사 사장의 성희롱 피소 사건을 계기로, 세계 1위 등극을 앞둔 도요타의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은 게 고작이다. <한겨레> 역시 한국 기업들에 긍정적 자극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한 것이긴 하지만, ‘상생 경영’을 주제로 한 대형 연재 기사에서 도요타의 긍정적인 면을 한껏 부각시킨 적이 있다. 이번 연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균형의 필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됐다. 아울러 도요타의 부정적인 면을 파헤치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힘든 작업임은 틀림없지만, 능력과 의지의 부족으로 직접 취재를 해 전달하지 못한 점은 독자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도쿄/<한겨레>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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