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출생기록 요구하고 검증도 나서
치아감별법 아닌 `과학적 판정’ 미국 수용 끌어내
치아감별법 아닌 `과학적 판정’ 미국 수용 끌어내
한-미 정부가 ‘쇠고기 사태’를 봉합하려고 ‘30개월 이상 쇠고기 월령 표시’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수출업자가 거짓으로 월령 표시를 하더라도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미국 수출업체들에 ‘수출증명(EV) 프로그램 통과’ 의무를 지우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소의 월령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수준의 수출증명 프로그램이 가동돼야, 월령 표시에 대한 최소한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의도대로 미국 수출업체들이 자율 규제를 통해 쇠고기에 월령을 표시하고,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는 우리 정부가 검역과정에서 반송·폐기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미국은 소의 출생일을 알 수 있는 이력 추적을 통해 월령 식별이 가능한 소가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도축장에서 치아감별법으로 월령을 확인한다. 하지만 치아감별법은 미국의 수의학 교과서에도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나와 있을 정도로 정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 수출업자들이 월령을 허위로 표시해도 적발할 방법이 없다.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은 미국 수출업체들에 적용되는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통해, 월령 확인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즉 소는 개체식별 기록이 있어야 하고, 그 기록에는 소의 실제 출생일이 표기되어야 하며 소의 이력을 추적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이력 추적이 안 될 경우는 근육의 성숙도를 검사해 17개월 이하 등급을 받은 경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더욱이 수출증명 프로그램은 도축업체와 가공업체뿐 아니라 쇠고기 생산물 관련 기업과 사육자에게까지 적용돼, 소를 키우는 단계에서부터 월령 증명을 강제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일본의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충족하는 소는 미국 전체 소의 8%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수출증명 프로그램에는 일본에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의 관련 업체 내부 감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명시돼 있고, 일본 정부가 수출증명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에 검증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도 2006년 30개월 미만 살코기에 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수출증명 프로그램 적용했다. 하지만 일본처럼 월령 확인 등에 대한 추가적인 요건이 반영돼 있지 않다. 특히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미국 연방육류검사법에서 정한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수입하도록 했기 때문에, 한국만의 독자적인 수출증명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어렵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일본은 월령 판정을 위한 과학적 기준을 미국에 요구했고, 미국은 50쪽에 이르는 ‘근육 성숙도 월령 판정법’에 대한 문서를 제출해 일본 쪽이 수용했다”며 “최소한 일본 정도 수준은 돼야 월령 판정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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