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 도루 역사학연구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을 비롯한 일본 역사학자들이 25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일본역사학협회 등 일본 16개 역사학 관련 단체 명의로 위안부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다면 이를 ‘강제연행’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위안부 강제연행’ 직시한 일 역사학계
강제연행엔 ‘자기뜻 반한 것’ 포함
일본정부 부인 ‘성노예’ 3번 언급
아베 ‘인신매매’ 표현 맞서
‘식민지 차별’ 구조적 문제 주목
‘위안부 왜곡’ 시도에 강력한 경고
“이제 역사학자들 얘길 들어야”
강제연행엔 ‘자기뜻 반한 것’ 포함
일본정부 부인 ‘성노예’ 3번 언급
아베 ‘인신매매’ 표현 맞서
‘식민지 차별’ 구조적 문제 주목
‘위안부 왜곡’ 시도에 강력한 경고
“이제 역사학자들 얘길 들어야”
“(일본 정부가) 역사학자들에게 맡긴다고 했으면, 역사학자들의 얘길 들어야 한다.”
25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제2회관에서 진행된 일본 역사학 관련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참여한 구보 도루 역사학연구회 위원장은 이번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날 16개 역사학 관련 단체가 함께 반년간의 준비를 거쳐 내놓은 성명이 당장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을 바꿀 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일 간의 핵심 외교 현안이 되어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여론에 상당한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평소 “역사 문제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역사학 단체들이 힘을 합쳐 역사 문제에 답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성명은 지난 6일 존 다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 등 각국 역사학자 187명이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여성들의 이송이나 위안소 관리에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를 발굴해왔다”며 낸 성명에 이어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려는 아베 정부의 시도에 강력한 경고가 될 전망이다.
일본 역사학자들이 이번에 내놓은 견해는 현재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강제연행이 있었는지 △위안부를 성노예로 볼 수 있는지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이 있는지 등이다. 이번 성명을 낸 역사학자들은 강제연행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된 것까지 포함해 강제동원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성노예’란 표현에 대해서도 “위안부가 된 여성들이 성노예로서 필설로 다할 수 없는 폭력을 받았다”고 언급하는 등 ‘성노예’라는 표현을 3번이나 사용했다.
이와 함께 성명은 아베 총리가 ‘인신매매’라는 표현으로, 위안부 제도는 국가와 관계없이 민간에서 벌어진 문제로 몰아가려는 대목에도 쐐기를 박았다. 역사학자들은 “예를 들어 성매매 계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배경에는 (식민지라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배경을 무시하는 것은 문제의 전체 모습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위안부 제도는 (국가가 직접 개입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일상적인 식민지 지배와 차별구조와 관련해 지적되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식민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주목했다.
그동안 진행된 위안부 관련 연구를 보면 1938년 2월 일본 내무성은 일본인 여성에 대해선 ‘21살 미만은 안 되고, 매춘부(성매매)를 했던 전력이 없어도 안 된다’는 등의 제한을 걸었지만, 조선이나 대만엔 그런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 연구의 최고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는 “(결과적으로) 위안부의 다수는 비일본인 여성들이고 조선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결론내렸다.
위안부 문제의 전체적 모습을 봐야 한다는 일본 역사학자들의 인식은 이달 초 서구 역사학자들이 발표한 성명과도 연결된다. 서구 학자들은 성명에서 “많은 여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붙잡혀 무서운 폭력을 당했다는 것은 많은 자료와 증언에 의해 분명해졌다”며 “특정 용어(예 강제연행)에 초점을 맞춰 좁은 법률적 논의를 거듭하는 것이나 피해자의 증언에 반론하기 위해 한정된 자료에 매달리는 것”을 비판했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이시이 히토나리 역사학연구회 사무국장은 “위안부에 대한 연구 성과를 충분히 평가하지 않고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문서가 없다, 일본군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다. 정치가들은 일본 역사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보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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