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16개 역사학단체 성명…‘동원 여성 성노예 상태’ 강조
‘법적 책임 부인’ 아베 정부 정면 비판…“과거사 직시해야”
‘법적 책임 부인’ 아베 정부 정면 비판…“과거사 직시해야”
일본의 역사학 관련 16개 학술단체들이 수많은 위안부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된 것을 ‘강제연행’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아베 신조 정부가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강제연행’을 구별하면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려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역사학연구회, 일본역사학협회 등 일본의 16개 역사학 관련 단체는 25일 오후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의) 강제연행은 단순히 강제로 끌려간 사례에 한정해선 안 되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 연행된 사례를 포함해 이해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8월 (직접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고 증언한 ‘요시다 증언’과 관련된) 기사를 취소한 것을 계기로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이 근거를 잃은 것처럼 여기는 언동이 일부 정치가나 언론 보도에 나타나고 있다”며 “이 기사 취소로 고노 담화의 근거가 무너진 것이 아니며, 강제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 실증돼 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정부나 군 차원의 강제연행이 없었다며 정부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는 논리를 정면으로 논박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1차 내각 때인 2007년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지시하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각의 결정(국무회의 의결)했다.
이번 성명에는 역사학연구회, 일본사연구회 등 일본 역사학계를 대표하는 4개 단체가 모두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보 도루 역사학연구회 위원장은 “이번 성명에는 1만3800명(중복자 포함)의 역사학자가 참여했다. 성명은 일본 역사학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일본 역사학자들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학술단체들이 이런 견해를 밝힘에 따라, “위안부 문제의 진상은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 책임을 부인해온 아베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됐다.
성명은 또 “최근의 연구는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뿐 아니라 동원된 여성들이 인권을 유린당한 ‘성노예’의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위안소 운영 과정에) 성매매 계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배후에 (식민지배라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에 관한 정치·사회적 배경을 무시하는 것은 문제의 전체 모습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이해·해결을 위해선 일본 우파들의 지엽말단적 주장에 매몰되지 말고 당시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인식은 지난 6일 존 다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 등 각국 역사학자 187명이 공개한 성명에도 언급된 위안부 문제를 보는 ‘세계의 상식’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사실로부터 눈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일부 정치가와 언론이 계속 보인다면, 그것은 일본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발신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고, “정치가와 언론이 과거의 가해 사실, 그리고 그 피해자와 진지하게 마주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며 성명을 맺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