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와라 사무국장
①일 ‘교과서넷21’ 다와라 사무국장
미국·유럽국 대부분 자유발행제
일본은 1948년부터 검정제 도입
지난 전쟁 반성한다는 의미 자민당 내 국정화 의견 있지만
일본 국민들이 용납 안해
한국도 그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나서고 국제사회 호소해야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시민사회와 정면충돌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세계의 교과서 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 좀 돌아보길 바란다. 교과서 국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일부 발전도상국이나 독재국가밖에 없다. 한국이 다시 국정화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를 몇십년 되돌리겠다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유발행제다. 유럽에서 검정제를 유지하는 국가로 독일과 노르웨이 등이 있지만 한·일처럼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검정은 아니다. 중국도 20여년 전에 국정제를 그만뒀다. 예전엔 인민교육출판사 교과서뿐이었지만, 지금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가 8종이나 나온다. 교과서 제도는 그 나라의 정치제도와 매우 밀접히 관련돼 있다. 한국이 그렇게 힘들게 민주화를 하고….” -일본의 교과서 제도는 어떤 변천을 겪었나? “일본도 2차대전 종전 전까지는 국정제였다. 소학교에 국정화가 도입된 것은 러일전쟁(1904~1905년)이 발생하기 직전인 1903년(중학교는 1943년부터 시행)이었다. 러일전쟁의 결과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는데, 일본은 그 전쟁 수행을 위해 교과서를 국정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일본이 국정 교과서를 통해 국가주의적 교육을 시행한 것이 전쟁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국정제 폐지를 지시했다. 일본도 지난 군국주의나 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을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1948년부터 검정제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험에서 볼 때 국정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국가가 국민들을 손쉽게 ‘마인드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정 교과서는 한 종류밖에 없으니까 국가가 그 내용을 통제하면 국민들의 정신을 지배하기 쉬워진다. 일본에선 검정제도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헌법이 금지한 검열에 해당한다’는 이에나가 재판이 1962년부터 32년간이나 진행됐다.”(3차례에 걸친 이에나가 재판을 통해 일본에선 국가가 교과서를 통해 국민들의 생각을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국정화를 위한 시도는 없었나? “1962년 교과서 무상화 제도가 시작됐다. 그러자 자민당 내부에서 ‘교과서를 무상으로 하려면 국정화를 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시행할 순 없었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문부과학성이 자민당 의원을 설득해 국정화 주장을 그만두게 했다. 아베 정권이 발족하기 직전인 2012년 6월 자민당 내에 교육재생실행본부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도 교과서를 국정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그런 의견은 물론 계속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과서 운동과의 인연은? “2001년 3월부터다. 그 무렵 한국에서 일본의 ‘후소사 교과서’(‘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한 반대운동을 위해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 연대’가 만들어진다. 이들의 초대로 한국을 방문했다.”(이후 교과서넷은 15년 동안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 반대, 한·중·일 공동 교과서 제작, 청소년 역사 캠프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일본의 교과서 제도를 비판해왔다. 한국이 다시 국정제로 돌아간다면 일본 사회가 어떻게 생각할까? “(친일파와 독재정권을 정당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를 만들었지만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으니까 사용되지 않는 것 아니냐. 그렇다고 국정화를 추진하다니 바보 같은 일이다. 한국 국민이 이를 용납한다면 역사를 수십년 전으로 되돌리는 게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해야 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에도 호소해야 한다. 한국에서 교과서 국정화가 이뤄지면 다시 예전 군사정권 때처럼 언론과 사상의 자유가 없는 국가가 된다는 의미다. 한국 시민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들을 믿는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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