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셋째)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맨 오른쪽) 일본 총리, 세계 랭킹 4위의 일본 골프선수 마쓰야마 히데키(왼쪽에서 넷째)와 함께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뉴스분석] 막오른 아시아정상 연쇄외교
트럼프, 첫 순방 일본서 동맹 강조
아베 “유대 확고히 하고싶다” 화답
중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선포도
북 명시는 안했지만 경고 메시지
“미국의 결의 과소평가해선 안돼
트럼프, 첫 순방 일본서 동맹 강조
아베 “유대 확고히 하고싶다” 화답
중 견제 ‘인도-태평양 전략’ 선포도
북 명시는 안했지만 경고 메시지
“미국의 결의 과소평가해선 안돼
“일본은 귀중한(treasured) 파트너이고 중요한(crucial) 동맹국이다.” “인도-태평양에서 자유롭고 주권이 있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의 국기를 볼 때마다 긍지를 느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아시아 5개국 순방의 첫 방문지인 일본 도쿄의 요코타 주일 미군기지에서 일본을 추어올리며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정, 신뢰관계 위에 일-미 동맹의 유대를 확고히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이어진 아베 총리와의 ‘밀월’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일본 방문으로 절정을 맞았다. 우선, 내용적으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코타 기지 연설을 통해 미-일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북한에 대한 경고 등 세가지 중요한 언급을 모두 이끌어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일본 정부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 대상이라는 ‘확고한 안보공약’을 받아내기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 점을 명시하는 데 성공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귀중한 파트너”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인도-태평양의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 구축을 지향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를 묶는 ‘다이아몬드 동맹’을 통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장기적으로 견제·봉쇄하겠다며 아베 총리가 주창해온 공세적 전략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 8월 인도 의회 연설, 2012년 언론 기고, 2015년 인도 국빈방문 및 오스트레일리아와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구체화시켜나갔다. 2007년 ‘안전보장에 관한 일본-오스트레일리아 공동선언’을 하고 올해는 탄약 제공까지 가능한 상호군수협정을 체결했다. 일본 자위대는 올여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미국과 인도 해군 훈련인 ‘말라바르’ 훈련에 참가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지난 2일 “일본 당국자들이 카운터파트너인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에게 ‘인도-태평양’ 아이디어를 심어줬다”고 보도했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이 ‘일본산’이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정상회담에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양국 공동 외교전략으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떤 독재자나 정권도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북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고 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보통 국가’로 가는 디딤돌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조하는 아베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은 분명하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부터 치밀하게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그가 살고 있는 뉴욕 트럼프타워에 찾아가 54만엔(540만원)짜리 골프채를 선물로 줬다. 아베 총리는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도쿄 올림픽 때 골프 경기가 열릴 예정인 사이타마현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 지난 2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이어 두번째 골프 외교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계 여론이 차가울 때 아베 총리가 공을 들인 것이 이후 전화회담까지 합쳐 20차례 정상회담(직접 회담 4차례·전화회담 16차례)을 할 정도로 밀월관계를 이룰 수 있는 물꼬를 텄다고 일본에서는 평가한다. 유럽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 내 여론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무관심하다는 점도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밀착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됐다. 과거에도 ‘론-야스’(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밀하다는 뜻에서 나온 말)처럼 양국 정상의 친밀한 개인관계가 부각된 적이 있지만,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만큼의 밀월관계는 없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미·일을 옭아매려는 것은 ‘미-중 빅딜’에 의한 외교적 고립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지만,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냉각된 중-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 카드 성격도 동시에 띠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도 장기적으로 대중 견제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협상에 대비한 ‘몸집 키우기’ 측면도 있다.
실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셔틀 외교를 제안하고, 아베 총리는 9월 중국대사관 주최로 도쿄에서 열린 중-일 국교 정상화 45주년 행사에 15년 만에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 참석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일본은 12월 도쿄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내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일까지 성사시키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히고 있다.
당대회 이후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 주석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동아시아 정세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한·중·일 3국에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한-중-일 관계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흐름으로 바뀔 수도 있다.
도쿄 워싱턴/조기원 이용인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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