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 마사히로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도쿄 연구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사실상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일본 정부의 방역대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가미 마사히로(51·의학박사)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일본의 긴급사태 선언의 배경과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가미 이사장은 지난달 일본 국회에서 한국을 모범사례로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비판해왔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도쿄 연구소에서 대면으로, 6일 전화로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긴급사태 선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솔직히 모르겠다.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의 근거로 삼으려는 것이 최근 환자 수 증가다. 그러나 올림픽 연기 발표 전까지 보건소에서 (시민들이 요청해도) 피시아르(PCR·유전자 증폭 검사) 검사를 95% 가까이 거절했다. 그러다 올림픽 연기를 발표한 뒤 검사 건수가 급증했다(후생노동성 발표를 보면, 23일 PCR 검사자 수가 112명이었으나 올림픽 연기가 발표된 24일 4090명으로 늘었다.) 건수 자체가 (실제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에 판단할 자료가 없다. 확진자 수 증가 자체로는 긴급사태 선언이 적절한지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할 수 없다. 다만, 이미 일본 내 감염이 확산된 상태라면 긴급사태를 선언해도 큰 의미는 없다. 최근에는 주로 병원에서 감염이 확산됐다. 병원이 (집단감염이 일어났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같은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이라면 ‘록다운’(도시봉쇄)을 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 일본 상황은 어떻다고 보나?
“내 생각엔 일본이 코로나19 검사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감염이 만연해 있다고 본다. 사망자는 비교적 많지 않다. 최대 문제는 병원 같은 의료시설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다. 병원은 열이 있는 사람이 매일 오고 가장 위험성이 높은 곳이다. 고령자가 많다. 도쿄의 몇 군데 병원에서 이미 (집단감염이) 확인됐고 지바현 장애인시설도 그렇다. 이런 곳(의료·복지 시설)을 집중적으로 지켜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은 감염이 (유럽에 비해) 천천히 진행되고 있으니, 중요한 것은 병원을 지키는 것이다. (병원을 지키면서) 서서히 (집단)면역이 생기게 하는 게 좋다. 기간은 적어도 1~2년은 걸린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1년 뒤 올림픽을 열기로 했다. 다시 말해 1년 뒤 일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깨끗해지기를 원한다. 올림픽 때문에 록다운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셈이다. 1년 뒤 깨끗해지려면(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감염자 수를 억제하려면) 록다운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외출 자제 요청, 학교·영화관 등 시설 사용 제한 요청과 지시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과 록다운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말하는 방법 차이다. 록다운도 중국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있고 유럽처럼 좀 더 느슨한 경우가 있다. 일본 현행법에 외출 자제 요청에 강제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외출 자제 요청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입국 거부 확대’는 효과가 있나?
“미즈기와 대책(국경·항구·항공 등에서 감염원 차단)이 유효한 것은 일본이 감염되지 않고 주변이 감염됐을 때다. 그런데 일본도 중국도 한국도 모두 감염이 확산됐다.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다. 중국과 교류가 활발하고 생활수준도 비슷하다. 적어도 한국에 있는 만큼은 일본에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을 것이다. 미즈기와 대책을 강화해도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보는 이유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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