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역무원이 마스크를 쓰고 서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재난지원금 성격의 ‘정액급부금’을 지급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확정했다.
일본 총무성은 가정폭력으로 피난 중인 피해자가 신청하면, 가해자가 돈을 받아간 경우에도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총무성은 가정폭력 피해자도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때문에) 지급하는 국민 1인당 10만엔(약 113만원)을 확실히 수령할 수 있게” 이런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총무성은 가정폭력으로 별거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되도록 30일까지 기초자치단체에 가정폭력 피해 신고 서류를 첨부해 정액급부금 개별 지급 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가정폭력으로 피난 중이라는 점을 증명하려면, 정부나 지자체가 설치한 가정폭력 상담소 또는 관련 민간단체에서 발행한 서류가 필요하다.
앞서 지난 20일 일본 정부는 “4월27일 주민등록 기준으로 자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및 3개월 이상 체류 자격이 있는 외국인에게 1인당 현금 10만엔을 지급한다”고 결정했다. 실무적으로는 가구주가 가구원 몫까지 일괄신청하면 가구주 계좌로 돈을 한꺼번에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가구주 일괄 지급’ 방식 탓에 가정폭력 가해자인 가구주가 피해자인 가구원의 지원금을 가져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피해자 개별 지급 방침을 굳히자 일부에서는 ‘이중지급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가해자가 먼저 피해자 몫까지 받아가버리는 사례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무성은 “일시적 이중지급은 어쩔 수 없다”며 가해자가 돈을 받아갔더라도 피해자 몫을 따로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해자가 가져간 피해자 몫은 추후 정부가 가해자한테서 환수하기로 했다.
다만, 가구주 일괄 지급 방식 때문에 생기는 몇몇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가정폭력 피해를 보면서 동거하고 있을 땐 구제받기 어렵다. 가정폭력 이외의 이유로 별거 중이지만 세대 분리를 하지 않았을 땐 가구주가 가구원의 돈을 멋대로 사용해도 현재로서는 제지할 방법이 없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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