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일본에서 지지율 20%대는 흔히 총리 교체나 내각 총사퇴까지 갈 수 있는 ‘위험 수위’로 언급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3~24일 2373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해보니,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9%에 그쳤다. 이 신문 여론조사 기준으로는 2012년 말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지지율은 지난 조사(5월16~17일) 때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지난번 조사보다 5%포인트 상승한 52%로 50%를 넘겼다.
아베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정부 대응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7%였다.
아베 정부와 가까운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코로나19 긴급사태 기간에 내기 마작을 했다가 최근 사퇴한 사건도 여론에 악영향을 끼쳤다. 아베 정부는 무리한 법률 개정까지 시도해가며 구로카와 검사장을 차기 검사총장(감찰총장)에 임명하려 한 바 있다. 구로카와 검사장 사임과 관련해 ‘총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크다”고 답변한 이가 68%에 달했다.
앞서, 24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27%로 20%대로 떨어졌다. 23일 전국 유권자 1019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에 달했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기준으로는, 정권이 특정 사학법인들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모리토모·가케학원’ 스캔들 당시인 2017년 7월(26%) 이후 두번째로 낮다.
일본에서는 정권 말기 내각 지지율이 줄곧 30% 이하로 떨어졌다. <엔에이치케이>(NHK) 여론조사 기준으로 2012년 12월 노다 요시히코 내각(20%), 2010년 5월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21%), 2009년 9월 아소 다로 내각(15%)이 모두 30%대 이하 지지율로 문을 닫았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 총리는 ‘선거의 얼굴’ 구실을 한다.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면, 총리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여당 의원들이 등을 돌리면서 총리의 지도력이 급속도로 붕괴되곤 한다.
다만 20%대 지지율이 곧바로 총리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아베 내각은 2017년 사학법인 스캔들로 지지율이 한때 2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를 발판 삼아 그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했고 지지율도 빠르게 회복했다.
이영채 게이센여학원대학 교수는 “과거에는 북한 위협과 올림픽 개최 등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것이 없다. 검찰 간부 정년 연장 파문 등으로 보면 정권 운영 시스템도 잘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민당 내부에 정계 개편을 할 만한 뚜렷한 동력이 안 보인다”며 “아베 총리가 바로 물러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정부가 25일 수도권 등 5개 지역 긴급사태를 조기 해제하면서 일본 전 지역의 긴급사태가 모두 해제됐다. 비즈니스 관련 입국자부터 입국제한도 완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기는 다음달 이후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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