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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반론: ‘탄소중립과 노동전환’ 민주주의 없는 거버넌스

등록 2021-08-09 17:53수정 2021-08-10 10:17

구준모 |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8월5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8월7일에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출범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민관협력’과 ‘시민참여’를 말하며 두 기구를 출범시켰지만, 구성과 운영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97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위원회에 농민과 빈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노동자 몫으로 한국노총 위원장 1인이 포함되었었을 뿐이다. 반면 포스코, 현대차, 에스케이(SK) 등 대기업 인사들은 10명이 포함되었다. 다수의 탄소중립위원은 교수와 연구원, 친정부 성향 인사들로 매번 관성적으로 정부의 거버넌스 기구에 초대받던 사람들이었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우리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중장기 과제로 모든 국민에게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 비전을 마련하는 과정에 시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농민, 빈민을 대표할 사람들이 배제되었다. 세계 기후정의운동의 제일 원칙은 큰 영향을 받는 시민과 영역(MAPA: Most Affected People and Areas)이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주체들을 배제하고 만든 탄소중립위원회는 애초에 잘못 구성된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의 논의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회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기구의 기본 정보를 알 수 있는 홈페이지도 없다. 탄소중립위원회는 97명의 논의를 위해 두꺼운 장막을 두르고, 5000만 국민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

세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한달간 토의한다는 탄소중립시민회의도 비민주적이긴 마찬가지다. 탄소중립시민회의의 500명 시민위원은 통계적 절차에 따라 무차별로 뽑혔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은 5000만분의 1의 가능성으로 탄소중립시민회의에 포함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개별화된 시민이 민주주의의 주체인 집단적 시민을 대신할 수 없다.

시민위원이 논의할 주제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세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다. 세 시나리오는 탄소포집·이용·저장(CCUS)과 같은 기술낙관주의,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금융과 같은 시장낙관주의로 가득 차 있어,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릇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여론조사와 다를 바 없는 절차로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도 같은 문제가 있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커다란 산업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는데, 그 과정을 기업과 시장에 맡겨둘 경우 약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녹색전환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막고 녹색전환을 더 평등한 전환으로 만들자는 약속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부가 발표한 노동전환의 두 기둥은 ‘직무전환 교육’과 ‘재취업 지원’이다. 그러나 과거 구조조정 시기마다 발표된 이 정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고용과 소득이 기업에 달려 있어 일자리가 곧 생존권인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보장 없이 일자리 상실을 받아들이라는 대책은 대책이 될 수 없다.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노동착취 구조,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노동배제 구조를 그대로 두면 정의로운 전환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한국의 노동체제를 바꾸기 위한 커다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비전 없이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것은 불평등한 노동체제를 전제로 한 대화, 즉 무의미한 대화로의 초대다. 더군다나 정부는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상 유지라는 그릇된 대안에 절차적 정당성을 얻으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노동전환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절차와 대화를 강조하지만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무대책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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