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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러시아의 중국 종속화’에도 관심을

등록 2023-02-20 18:42수정 2023-02-21 10:50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19일 동부 도네츠크 지방의 아우디이우카에서 러시아군 진영을 향해 곡사포를 쏘고 있다. 아우디이우카/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19일 동부 도네츠크 지방의 아우디이우카에서 러시아군 진영을 향해 곡사포를 쏘고 있다. 아우디이우카/AP 연합뉴스

[왜냐면] 박상남 |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내 시각이 다소 협소하다. 이번 전쟁은 종종 미국·서방과 러시아·중국 양 진영이 대결하는 신냉전의 서막으로 설명되고 있다. 특히 이 전쟁을 미국의 일방적 나토 팽창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복속시키려는 푸틴의 제국주의적 사고가 이번 전쟁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해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전쟁은 러시아의 식민지 확장 전쟁에 가깝다. 더욱이 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는 러시아의 침략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전쟁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보다 넓은 시야와 통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러·중 관계는 반미동맹을 결성할 만큼 견고한가? 이번 전쟁을 러·중의 세력경쟁 차원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가?

최근 외교·안보·에너지·경제 분야에서 협력하는 러·중 관계는 매우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러·중 관계를 반미동맹으로 보는 시각은 양국의 목표와 이념이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긴 국경을 마주한 러·중 양국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영향권인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세력경쟁 중이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서쪽에서는 나토, 동쪽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영역으로 침범해 오고 있는 형국이다. 나토의 확장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부상도 러시아에 잠재적 위협인 셈이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중국의 팽창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왔다. 중국이 2014년 일대일로를 추진하자 러시아는 이듬해 자국 중심의 경제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창설했다. 중국 경제의 영향으로부터 중앙아시아를 지키는 것이 다급했던 것이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는 중국의 철도 건설도 약 25년 동안 반대했다. 푸틴이 꿈꾸는 강대국 건설도 중국의 확장을 막아내야 가능하다. 러시아는 2020년 발생한 중국·인도 국경분쟁에서도 인도를 먼저 배려했다. 또한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인도를 가입시켜 중국 견제에 활용한다.

중국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고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의 세력 확장이 러시아의 강한 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 지원에 소극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2008년 조지아 침공도 지지하지 않았다. 이를 감안하면 러·중 관계의 성격은 견고한 동맹보다는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각자의 실리추구를 위한 편의적·잠정적 협력에 가깝다.

한편, 일부에서는 러·중이 인도, 브라질, 남아공을 결집해 반미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는 영토문제로 갈등의 뿌리가 깊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 브라질, 남아공이 권위주의 국가인 러·중과 함께 반미 블록을 구축한다는 가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중국이 부상할수록 러시아, 인도가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구조라는 점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러시아, 중국의 국가적 과제인 지속적인 경제성장 역시 서방의 시장, 기술과 연계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진핑과 푸틴은 서방 경제와 단절되는 신냉전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1주년이 되는 지금, 향후 전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국력을 소진한 러시아가 붕괴하거나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수혜국은 중국이다. 이미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서방 기업이 철수한 러시아 내수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고립된 러시아는 시장과 자원을 중국에 헐값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중국 종속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제사회가 러·중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고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전쟁이 길어져 러시아가 약화하면 힘이 중국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다. 러·중의 세력균형이 깨지면 국제질서의 불확실성도 확대할 것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영토와 중앙아시아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세력을 키운 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에서 더욱 거칠게 행동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출구를 열어주며 조속한 종전을 설득해야 한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양보하고 대신 나토가입에 버금가는 안전보장과 유럽연합(EU)가입을 얻는 방법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본격화한다면 전쟁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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