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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국민소통 제대로 하려면, 이동관 방통위원장부터 바꿔야

등록 2023-10-31 09:00수정 2023-10-31 09:17

윤석열 대통령이 8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인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왜냐면]
이창현 |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가을바람이 차다. 계절의 변화를 이길 장사는 없다. 정치권력도 그렇다. 늘 긴장한 상태에서 국민과 소통해 민생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선거에 패배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렇지 않더라도 준엄한 역사의 평가를 비껴갈 수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작은 선거였다. 그렇다고 정치적 의미도 작았던 건 아니다. 누가 봐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지녔다. 윤 대통령도 정치의 찬 바람을 느낀 것일까? 선거 뒤 국민과 ‘소통 강화’를 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 소통은 대통령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박하다. 취임 뒤 두 달 만에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그 뒤로도 긍정 평가가 30%대를 넘어선 여론조사는 거의 없었다. 이렇게 낮은 대통령에 대한 국정 수행 지지도는 일찍이 없었다. 원인이 뭘까? 이 정부 출범 이래 국민이 숱한 국정 난맥을 경험한 탓일 게다. 우선 1년 전 이태원 참사 당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아니 국민 눈높이에서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대통령은 주무 장관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그날도, 지금도 정부는 없었다”고 말한다. 정부의 부재. 사태의 본질을 표현한 말이다. 그 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파행 운영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홍범도 장군 동상이 육군사관학교 밖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고 있다.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은 집권 초기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 기자 문답을 시작하며 적극 홍보했다. 그러나 문화방송(MBC)이 처음 보도한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뒤 이 기자 문답은 사라졌다. 취임 1주년에도 공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답변을 분석해 국민의 관점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대국민 소통의 기회를 대통령이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대통령이 다른 자리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소문이 들린다. 대통령이 비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 듯싶다. 그러니 국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불통은 결국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취임 1주년 즈음해 다양한 여론조사가 보도됐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부정적 평가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4월 대전환포럼이 실시한 정책 전문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82.8%가 부정적 평가를 했다. 무개념, 무능력, 무책임, ‘무대뽀’가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는 핵심 단어였고, 이후 윤석열 정부는 4무 정권으로 명명됐다. 5월 한국방송(KBS)의 국민여론조사는 응답자의 과반수인 55%가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8월 기자협회의 기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85%가 대통령의 대 언론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한 마디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이반했고, 언론 소통은 막힐 대로 막혀 있었다는 답이 나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이 정부는 집권 초 문재인 정부 청산에 주력했다. 전 정부 사람들의 비리를 들췄다. 감사원과 검찰이 앞장섰다. 공무원들은 숨을 죽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무대뽀’를 견제할 수 있는 참모도, 언론도 없었다. 그래서 불통 정부가 고착화한 것이다.

공영방송은 권력이 국민과 소통하는 국가의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다. 역대 정권마다 정치적 편파의 논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면서 민심을 전해왔다.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근간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도 있었다. 여야 간 상호 비판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덕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을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했다. 임기가 두 달 남은 방통위원장을 해임했다. 한국방송, 문화방송, 교육방송(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들도 해임했다. 전 정부가 구성한 공영방송 이사진을 정치적으로 숙청하는 듯했다. 노림수는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바꿔 자기 정권을 보위하는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보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는 듯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대통령이 국민 소통을 지시했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 진정성은 확인해야겠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공영방송 장악을 멈추는 것이다. 즉,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권력을 비판하는 공영방송이 있는 것이 대통령에게도 유익하다. 그 속에서 민심을 읽고 자신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도 세월호 참사 이후 공영방송이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단추는 방통위의 합의제 운용이다. 방통위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대통령이 추천한 두 명의 위원이 모든 것을 파행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정당성이 없다. 대통령은 조속히 야당 추천위원을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

임명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바꿔야 한다.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언론을 ‘공산당 신문·방송’이라고 외치는 방통위원장을 그대로 두고서 국민 소통을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데 방통위원장이 공영방송의 비판을 용납하지 못한다면 누가 대통령 말을 신뢰하겠는가? 전임 대통령이 임명한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시키고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람을 앉히는 일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된 문화방송 이사장의 해임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와이티엔(YTN)의 공공지분 매각도 중지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 권력이 공영방송을 사기업에 넘겨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이 반대 정파에 포섭돼 있다는 망상에 빠져 공영방송 전체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섬겨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를 비판하는 뉴스도 보고 그 행간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진다. 정치적 위기를 홍보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대통령 주변의 ‘스핀 닥터’(여론 조작 전문가)는 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언론 자유를 허용해 언론이 대통령과 정부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기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이 남아있다. 국민 소통의 길을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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