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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외국인 유학생 강제 출국 논란…다양성(DEIB) 캠퍼스 만들어야

등록 2024-01-01 18:58

이주인권단체들이 지난 12월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한신대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왜냐면] 김규석 | 한국뉴욕주립대 팀장

한겨레가 최근 보도한 한신대의 외국인 유학생 강제 출국(2023년 12월12일치 1면) 관련 논란은 국내 많은 대학을 포함한 글로벌 고등 교육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학이 연명하는 도구 정도로 여기는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27일 한신대는 부설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을 ‘외국인등록증을 수령하러 출입국관리소에 간다’고 속여 버스에 태운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해 22명을 귀국하게 했다.

이주민 인권 단체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돼 조사가 시작됐지만, 관할 출입국사무소와 한신대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모양새다. 교육기관의 책무성과 인본주의적 태도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비정함마저 느껴진다. 둘 사이의 복잡한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자유 의지에 반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만 했던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희망의 땅에서 그야말로 “몹쓸 나라”가 돼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유학생 관련 이슈를 관통하는 하나의 줄기가 있다면, 그들은 이 나라를 잠시 거쳐 가는 이방인이라는 가정일 것이다. 아무리 이곳에서 직업을 찾고 오랜 기간 머무르고자 해도,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겪은 차별적 경험에는 비교적 쉽게 공감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겪는 인종주의적 편견에 따른 고통에는 둔감한 것 같다. 특히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향한 혐오는,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무겁게 감당해야 할 빚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반한파’만 만들어 낸다는 비판이 지난 20년 동안 끊이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체류 자격을 위해 은행 잔고를 얼마나 유지했어야 했는지와 같은 기술적 다툼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빠져나와, 대한민국 대학과 사회에서 외국인 유학생, 특히 저개발국으로부터 온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끝에서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소속감’(Belonging)을 합친 ‘디이아이비’(DEIB)라는 키워드를 만나야 한다.

디이아이비는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고등 교육 분야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여성의 기본 교육을 받을 권리와 접근성 확대의 맥락에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아 온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 차별 시정 조치’에서 시작해 최근 증가하는 이민자·난민 관련 이슈와 맞물려 각 국가의 환경에 맞는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3년 6월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 위헌 결정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미국 내 반유대주의에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12월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사퇴하는 일이 이어지며 디이아이비에 관한 담론에 기름을 부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대한민국 최초로 서울대가 ‘다양성위원회’라는 디이아이비 전담 조직을 출범시킨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후 카이스트, 고려대 등이 이와 유사한 조직을 대학에 설치했다. 이들 조직은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교내에서 발생하는 차별적·반인권적 행위를 바로잡는 기능을 넘어 디이아이비의 관점에서 구성원의 의식을 개선하고 성별, 사회·경제적 배경, 성적 지향, 종교, 국적, 인종, 정치적 신념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환영과 존중을 받는 캠퍼스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디이아이비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6개 대학이 2023년 상반기 협의체(​AUDIO)를 구성한 것은 고무적이다.

외국인 유학생 18만 명과 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를 맞이한 지금, 디이아이비 관점이 우리 대학과 사회를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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