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ㅣ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11일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9주년이 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소위원회가 제출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관련 최종보고서는 ‘후쿠시마 부흥’을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부흥과 폐로의 양립’을 대원칙으로 하며, 이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폐로 작업이 끝날 때 방사능 오염수 처분도 끝낼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소위원회는 방사능 오염수의 안전한 처분이 주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검토된 5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방출을 권고했다. 그리고 방사능 오염수 처리시설인 ‘다핵종 제거설비’(ALPS)가 삼중수소 외 62종류 방사성물질을 일본 정부 기준치 미만까지 낮출 수 있고, 제거가 어려운 삼중수소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방사성물질이라고 주장했다.
손상된 핵연료에서 붕괴열이 지속해 나오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에는 하루 252t의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지만, 날마다 약 150t의 지하수가 유입되고 있다. 녹은 핵연료 덩어리(핵 쓰레기)에서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흘러나오는데, 거기서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방출되는 거동(오염물질의 이동, 분포, 화학적 변화, 소멸되는 과정)과 냉각수로 녹아 나오는 거동은 아주 다르고, 대기로 방출되는 거동에 대해서는 상당한 지식이 축적돼 있지만, 냉각수로 방출되는 방사성 핵종의 종류나 양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도쿄전력이 2016년 오염수로 누출된 방사성 핵종에 대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트론튬90이 세슘137에 비해 10배 이상의 농도로 검출되기도 했고, 플루토늄238 등도 상당량 방출됐다.
2020년 1월 기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능 오염수 118만t 중 다핵종 제거설비가 처리한 물은 111만t이고, 그 72%가 삼중수소 외의 방사성물질도 기준치를 초과한다. 삼중수소만 해도 일본의 해양 방출 기준치는 6만베크렐/리터인데, 탱크에 보관 중인 것은 약 73만베크렐/리터이다. 그래서 소위원회는 해양 방출을 위해 희석하기 전에 2차 처리까지 할 것을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를 하더라도 삼중수소 외 코발트60 등 6가지 핵종의 방사성물질은 걸러지지 않는다.
일본 정부 주장과는 달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내부피폭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칼 모건은 삼중수소는 인간의 조직에 침착하면 파괴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빨리 지나가는 차에서는 총알을 제대로 맞힐 수 없지만 느리게 이동하는 차에서는 많은 총알을 맞힐 수 있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베타선 방출 핵종인 삼중수소는 인간의 조직 속 원자에서 전자를 분리하면서 조직을 이동해 손상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의 오염도와 방사능 오염수 측정에 대해 민간전문가와 시민단체 조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기준치 이하로 정화해 해양에 방출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일본 정부의 발표일 뿐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7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분석과 평가를 의뢰했다. 그 전날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한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말해 국제원자력기구 차원에서 지지할 것임을 드러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 진흥과 핵 비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로, 회원국 170개국 중 일본이 두 번째로 많은 정규 예산을 분담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후쿠시마 부흥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독립적 감시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을 한 뒤에 한국이 감시를 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뒤늦은 조치가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국제적인 협력과 조치, 민간 참여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