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경 ㅣ 내과전문의·개업의
나는 지난 2월20일 코로나 감염 확진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2주간 자가격리했던 개업 19년차 개인의원 내과 의사다. 그 기간 당연히 병원문은 닫았어야 했고 그로 인해 나에게 오던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진료중단 소식과 함께 복용하던 각자의 약들을 처방받기 위해 갈팡질팡했다. 꾸준히 만나온 주치의의 부재는 이렇게 코로나로 인한 질환이 아닌 다른 많은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작은 개인의원의 상황도 이럴진대 전국의 많은 환자들을 보유한 민간종합병원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어찌했을까? 즉각적인 처치를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들은 또 어떨 것인가?
그 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만성질환자, 응급환자, 경증 환자 그리고 전염력이 강한 질환자 등을 적절하게 아우를 때 제대로 돌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전염병의 경우 대규모 감염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크므로 국가에서 주도해 흐름을 지시하고 통제할 수도 있는데, 그러기에 필요한 것이고, 그럴 때를 위해 대비해야 하는 저축 같은 것이 공공의료 영역이다.
그런 분야와 민간병원에서의 일반 진료가 조화롭게 운영이 되어야 국민들 의료의 질이 향상되는데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감염병이 대규모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저축된 시스템이 포화되어 민간병원에서 모자란 부분을 지원받아 보충해야 할 것이며, 그 경우 국가는 그 부분에 대해 맞게 보상을 해주며 위기 상황을 막고 중재를 해주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민간병원의 일시적인 공공화 전환은 코로나가 아닌 다른 많은 질환을 앓는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 그 과정에 민간병원에서의 많은 노력과 희생 등이 뒤따를 것이다. 일반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손실이 생기고, 일반 중환자실에 투입된 전문 의료 인력보다 더 많은 인원과 보호장비가 필요함은 물론 감염 환자를 전담하기 위한 기기를 더 구입해야 할 테니까.
지금까지의 코로나 대처 결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좋다는 것은 앞으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렇게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나가는 게 의무라는 걸 말한다.
치사율이 낮은 이유가 노인 환자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데 물론 그 이유는 이 사태가 좀 더 지나고 난 뒤 연구돼야 하겠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좀 더 철저히 지키는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행동수칙 준수 의식과 더불어 평상시 민간병원을 쉽게 다니며 만성질환 관리를 꾸준히 잘해온 결과도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평상시 질 좋은 민간의료를 통해 환자들의 치료를 공고히 해온 의료인들과, 메르스 사태를 지나면서 일부 강화된 공공의료의 전염병 대응 학습능력이 합쳐져 유럽의 현 사태보다 좀 더 나은 현재의 결과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분법적인 사고와 태도는 앞으로의 코로나 상황을 대처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해악이다. 함께 협력해야 할 이 시점에서 누가 더 우월하고 누가 더 잘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잘해온 모든 것의 시너지 결과다. 감염된 사람도 잘 치료하고 그 밖의 환자들도 놓치지 않도록 하며, 서로 함께할 방향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관리하는 혜안을 제시하며 일선에서 아픈 사람들과 직면하는 의료인들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많은 숨은 기여자들을 골고루 독려하는 ‘저 높이' 계신 분들이 정말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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