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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태원 기지국 개인정보 이전은 위헌인가 / 박지웅

등록 2020-05-18 18:42수정 2020-05-19 15:55

박지웅 ㅣ 변호사·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최근 이태원 클럽 등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에 따라, 통신사들은 방역당국에 이태원 기지국 접속명단을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신사의 명단 제출이 ‘세심하고 민주적인 공권력 행사 방식’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려를 이해하나 당면한 현실에 대해서 다소 안일한 인식이 아닌가 싶다.

우선, 감염병이 가진 전파의 속성 때문이다. 기존의 호흡기 감염병은 잠복기가 거의 없이 전염과 발현이 일치하여 제어가 용이한 데 비해, 코로나19는 무증상 잠복기가 2주 또는 그 이상이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걸렸는지를 손쉽게 알 수가 없다. 반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고, 노년층의 경우 치사율은 더 높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 방역당국에 필요 최소한도의 역학정보를 제공하여 사회공동체를 지켜낼 의무가 있다. 통신사의 기지국 접속명단 제공은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국가는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헌법 제10조) 감염병 여부가 불분명하나 발병 원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역학조사 시 거짓말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게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기지국 접속명단 제공은 해당 지역에 모인 사람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수단과 방식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 독일 등 우리가 선진국이라 믿어왔던 국가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를 보라. 시민들이 밖에 나가서 장을 볼 수도, 애완견을 산책시킬 수도 없게 경찰이 순시를 돈다. 거리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다 검사를 받게 한다. 이러한 과도한 이동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함 없이 기지국 단말기 접속정보를 역학조사에 활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개인 권리침해이다.

또한 해당 지역 방문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익명조사’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또는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 익명조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사생활을 100% 보장할 수는 없지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이익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나의 사생활이라는 인권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권리, 가령 행복하게 숨 쉴 권리, 마스크를 입에서 떼어낼 권리, 가족들과 소풍을 나갈 권리 등등 수많은 권리도 중요하다. 사회를 지켜내기 위해, 국민들은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국민은 솔직한 정부와 사회를, 정부와 사회는 솔직한 국민을 원하는 시대가 됐다. ‘나’의 작은 권리의 제한이,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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