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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폭등한 집값을 제자리로 돌려줄 후보는 없다 / 정남구

등록 2022-02-22 17:36수정 2022-02-23 02:01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정남구 | 논설위원

‘조세 정책’보다 ‘조세 정치’가 훨씬 어렵다고 한다. 합리적인 정책을 만드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동의를 얻고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세 문제가 다루기 어려운 것은 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조세 저항’과 그로 인한 정치 변동, 권력 변동 사례가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세 정치’보다 ‘부동산 정치’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천양지차라서다. 집 가진 사람은 집값이 오르고 세금은 안 오르기를 바란다. 집 없는 사람은 내가 집을 산 뒤부터 집값이 오르기를 바란다. 집을 살 생각이 없거나 포기한 사람들이나 주거비(임대료) 안정을 바란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정치인과 공무원, 건설회사와 부동산 중개업자, 값싼 땅을 많이 오래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도 각기 바라는 바가 뚜렷하고 강하다.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보다 ‘부동산 정치’에서 훨씬 큰 실패를 했다고 본다. 집값을 잡겠다고 장담을 하고, 집 없는 사람들의 기대를 키워놓은 것이 원죄다. 정부가 집값을 어쩌겠다는 것은 아주 오만한 소리라고 나는 본다. 목표와 방향을 정해 노력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주택시장의 규모와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변수에 견줘 정부가 가진 정책 수단은 제한돼 있다. 특히 단기간에 가격 목표를 달성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019년 말 12·16 대책까지 18차례 정책을 발표했다. 매수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강화와 함께 과세 강화가 핵심이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케이비(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 서울은 5.3% 올랐다. 서울 집값은 계속 들썩거렸다. 2018년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가 13.6%(전국은 3.0%)나 뛰었다. 정부는 더욱 강력하게 기존 정책을 밀고 갔다. 집값이 약간 눌리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서울 아파트값은 2.9% 올랐고 전국 집계론 0.3% 내렸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퍼지고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펼쳐지자 눌려 있던 용수철이 튀어오르듯 집값이 폭등했다. 2020년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가 13.1%(전국 9.7%) 뛰고, 2021년엔 16.4%(전국 20.2%)나 뛰었다. 2020년 5·6 대책에서부터 정책 중심이 ‘공급 확대’로 바뀌자 ‘공급 부족’ 심리에 불이 붙었다. 신도시 개발과 광역급행철도(GTX) 등 인프라 확충,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재건축 완화 방침도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부동산 관련 여론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2018년 말 대통령 국정 수행에 부정적인 평가를 한 460명 중 그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꼽은 사람은 1%였다. 2019년 말에는 461명 중 7%로 늘더니, 2020년 8월이 되자 464명 중 33%로 올라섰다. 부동산 정책은 지금까지도 부정적 평가 이유 1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 화를 내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요컨대 집을 못 가진 사람은 집값 폭등에 화가 나고, 집을 여러 채 갖고 있거나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은 늘어난 세금에 화를 낸다.

3월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장차 어떻게 할 것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는 등 세금을 낮추고 금융 규제를 완화해 누구나 주택 투자를 쉽게 하겠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민간이 공급을 확대하게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금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세 한시 유예와 보유세 속도 조절, 주택 공급 방향으로는 임대형·분양형 기본주택의 대규모 공급을 제시했다. 기본주택은 공급 가격이 낮지만, 집값 변동에 따른 득실도 적을 것이다.

정책이 지향하는 바가 확실히 다르다.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는 공통된다. 누구도 그동안 오른 집값을 몇년 전 수준으로 떨어뜨려놓겠다고는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그럴 능력을 갖고 있지도 못하지만, 그걸 목표로 삼을 수 없는 게 ‘부동산 정치’의 제약이기 때문이다. 집값을 생각하면 한숨이 그치지 않는다. 유동성의 힘에 의해 오른 ‘거품’이라도 꺼지는 흐름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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