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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균형 재정의 두 갈래 길

등록 2022-04-12 18:30수정 2022-04-13 11:35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프리즘] 김경락 | 경제팀장

새 정부 경제팀 윤곽이 얼추 드러났다.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 정도가 남았다. 인사청문회가 본격화하면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도 구체성을 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거칠게 마련한 경제 공약들도 급변 중인 국내외 경제 환경을 반영해 정밀한 국정 과제로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이런 맥락에서 4%대 물가 상승이나 들썩이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고려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공격적인 부동산·금융 규제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 목소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 나온 건 반갑다. 이전 칼럼에서 밝혔듯이 ‘답정너’ 공약 준수보다 현실에 맞는 공약 재조정이 더 중요하고 힘든 과제이다.

공약 재조정 과정에서 꼭 한번은 살펴봤으면 하는 대목이 있다. 그 전에 중기적 시계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란 큰 질문에 대한 답을 가늠해보면 좋겠다. 중기적 시계는 대통령 임기(5년)와 맞아떨어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현재 경제는 고물가에서 보듯 뜨겁다. 경제가 뜨거울 때 단기적으로 통화·재정정책의 긴축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수위의 시각에 토를 달고는 싶지 않다. 그러나 과연 이런 고물가가 새 정부 집권 내내 이어질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구 감소,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저물가가 10년 남짓 이어지자 미디어는 물론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게 엊그제다. 코로나19·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돌발 변수가 만들어낸 그림에만 집착해선 자칫 새 정부 경제팀이 말바꾸기 논란에 빠질 수 있다. 임기 5년을 내다보는 국정 과제가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경제부총리 후보자까지 이어지는 ‘경제원팀’의 ‘재정건전성’ 강조는 다소 걱정스럽다. 건전성 강조는 재정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으로,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흠뻑 늘린 재정지출을 서서히 줄여가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려는 의도로도 선해된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자칫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트라우마에 가까울 정도로 재정당국을 감쌌던 ‘경직된’ 재정 보수주의의 부활로까지 나아간다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게서 “재정은 한국 경제의 최후의 보루”라는 낡은 수사를 마주한 이들 중에, 거시 경제 운용의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가 슬며시 드리우고 있다는 생각을 한 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유연성을 잃은 재정 보수주의의 결말은 사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기재부 1차관 시절이던 2013년 3분기~2014년 1분기에 재정이 성장률을 깎아 먹는 걸(마이너스 성장 기여도, 실질·계절조정·전기비 기준) 뼈저리게 지켜본 이다. 추 후보자는 당시 “투자하는 분들은 업어줘야 한다”(박근혜 전 대통령)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다급한 저물가-저성장 위기 속에 기업들의 투자금을 한푼 한푼 긁어모으려고 전국을 뛰어다닐 정도로 절박한 심정으로 일했다. 그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며 ‘재정 주도 성장’이란 딱지를 붙인 건, 이제는 정치인이 된 그의 정무적 레토릭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건전성 관리를 하더라도 그 균형점을 어떻게 맞춰갈지도 따져보길 바란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춰 적자를 줄이는 ‘균형 재정’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수입에 맞춰 지출을 줄이는 길과 수입을 늘려 재정 규모를 키우는 길이 그것이다. 추 후보자와도 깊은 관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임 당시 수시로 언급한 ‘축소 균형’의 길과 ‘확대 균형’의 길이다. 한국의 재정 규모가 수입과 지출 두 측면 모두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작은 쪽에 속한다는 사실을 새 정부의 경제팀도 알고 있으며 그 의미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재정 규모가 작다는 건 정부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여기서 총요소생산성(TFP) 제고란 방패막이 뒤에 숨지는 말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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