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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대통령 귀국 직후 해야 할 일 [성한용 칼럼]

등록 2022-11-14 17:15수정 2022-11-15 18:09

이제 국내 정치의 시간이다. 귀국하는 대로 이재명 대표와 만나야 한다. 경제 위기와 한반도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은 미국·일본과도 해야 하지만 야당과의 협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야당과의 대화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훨씬 더 이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이태원 참사로 어두웠던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 갈라 만찬에 참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면서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종 싱글벙글했다. 김건희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아시아 정상회의,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진지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모처럼 대통령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면 국빈 대접을 받는다. 골치 아픈 국내 정치는 잠시 잊어도 된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예외 없이 해외 순방과 정상 외교를 좋아했던 이유다.

외국에 돌아다니며 정상 외교만 해도 된다면 대통령은 참으로 좋은 직업이다. 물론 불가능한 상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아마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두통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힘든 이유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때문이다. 절반의 권한으로 무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나머지 절반의 권한은 국회가 가졌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대통령제는 본래 대통령과 국회가 권한을 나누어 갖고 상호 협력과 견제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분립형 권력 구조다. 대통령제 원조 국가인 미국이 그렇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는 대통령이 힘들지 않았다. 독재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여당의 총재였다. 공천을 대통령이 다 했다. 여당 국회의원은 ‘거수기’였다.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는 ‘통법부’였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소야대가 자주 출현했다. 대통령들은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1990년 3당 합당, 김영삼 대통령의 1996년 야당 및 무소속 의원 영입,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을 그래서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부터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당이 총선에서 이겨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다 마찬가지였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그에 비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맞닥뜨린 여소야대 지형은 전례 없이 가파른 절벽이다. 민주당과 합당을 할 수도 없고, 야당 의원들을 영입할 수도 없다. 여소야대에서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몰랐다면 무지한 것이다.

그래서다. 윤석열 대통령 나름대로 뭔가 궁리가 있을 줄 알았다. 민주당과 대연정이라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 전시 연립내각을 거론할 때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혹시 궁리가 하나 있다면 ‘야당 탓 전략’일 수도 있겠다. 국정 마비를 전임 대통령과 야당 탓으로 돌려 2024년 4월 총선에서 이기는 방안 말이다. 두가지 조짐이 있다.

첫째, 검찰 수사다. 최근 검찰 수사는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동시에 겨냥하는 모양새다. 야당 당사를 거칠게 압수수색하는 것을 보면 이른바 정무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둘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친 입이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민주당을 비난했다. 풍산개 논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라고 비난했다. 정국을 풀어가야 할 여당 대표가 야당 비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야당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잘될까? 잘 안될 것이다. 2024년 4월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 2년이 넘어서는 시점이다. 2년 동안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콘크리트 지지층을 박박 긁어모아도 총선 승리에 필요한 40%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열성 지지층을 결집해 국정 지지율 40%를 유지했는데도 정권을 넘겨줬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할까? 야당과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제 국내 정치의 시간이다. 귀국하는 대로 이재명 대표와 만나야 한다.

경제 위기와 한반도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은 미국·일본과도 해야 하지만 야당과의 협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야당과의 대화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훨씬 더 이익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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