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청운관에서 김진해 교수가 수업을 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상대의 이름을 부르고, 반말만 쓰기. 학생들이 ‘진해, 안녕!’이라 한 지 석달이 지났다. 어찌 됐을지 궁금할 듯.
말끝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학생들은 ‘내 언어체계에 분열이 왔다.’고 고백한다. 분열이라니, 야호! 한가닥이던 말의 체계는 꽈배기처럼 순식간에 두가닥으로 갈라지고 뒤엉켰다. 부모 아닌 연장자에게 반말해본 적 없던 학생은 ‘이메일을 반말로 보내는 게 맞는지 수십번 고민’했다. ‘‘안녕하세요’에서 ‘안녕’으로 바뀌었으니 손까지 흔들어도 되는지, 꾸벅 허리를 숙여야 하는지, 아니면 허리를 숙이면서 동시에 손을 흔들어야 할지 헷갈렸다.’ 반갑구나, 번민하는 인간이여.
학생들에게 존댓말은 ‘안전장치’였다. 학생들끼리도 존댓말을 썼다. 상대에 대한 존중보다는 ‘심리적 거리두기’의 방편이랄까. 가까이 오지 마. 적당히, 거기까지.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비즈니스적’이다. 수업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것, 이 목적을 달성하면 끝’이라던 학생들은 평어를 쓰자 의자를 당기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기꺼이 즐겁게 규칙을 바꿔 버렸다. 민달팽이처럼 안전장치를 걷어내니,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타인을 대했다. ‘위아래’ 분간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말도 많아지고 문자와 이메일도 늘고 웃음도 잦아졌다(강의실에서 웃다니!). 책 읽고 토론하는 시간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 학생들에게 저리도 할 말이 많았구나. 어느 날 문자 하나를 받았다. ‘진해, 내일 졸업연주회가 있어. 초대하고 싶어 연락했어! 이런 초대는 처음 해봐.’
더 나가보려고 한다. 한뼘씩, 야금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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