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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은 무엇일까

등록 2023-02-02 18:31수정 2023-03-07 14:09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변호인들이 2018년 11월12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와 피해자 4명의 사진을 들고 도쿄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본사로 향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변호인들이 2018년 11월12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와 피해자 4명의 사진을 들고 도쿄 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 본사로 향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한·일 양국 교섭이 최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기금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들 대신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를 포함해 일본 쪽이 “성의 있는 호응”으로 화답하는 것이 뼈대다.

일본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조처는 과거 식민지 침략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밝히는 안이 핵심으로 보인다. 앞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가 표명된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이 일본 언론 등에서 자주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기 때문에 사과할 사안이 아니고, 기존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만 다시 밝히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포괄적인 사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사과로 보기 어려우며, 이후 일본 내각이 계승 의지를 부정한 적도 없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 “배려” 차원에서 담화 계승 발표를 고려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한국 수출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온 조처다. 2019년 8월2일 일본산 부품·소재 등 전략물자 수출 때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다고 일본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을 당시, 세코 히로시게 당시 경제산업상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 관리·운용이 불충분한 점 등에 근거한 운용 재검토다. 본래부터 일-한 관계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고 의도도 없었다. 무언가에 대한 대항 조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열린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사이 협의에서도 일본은 재래식 무기 전용 가능 물자에 대한 규제 미비, 인원 부족 등 한국 수출관리의 취약성이 수출 규제 이유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또한, 수출 규제는 원래 없던 것을 일본이 새로 부과했던 것에 불과하며, 강제동원 피해 회복과는 관계가 없는 사안이다.

성의 있는 호응을 해야 할 당사자는 누구일까? 조선인들에게 강제노역을 시켰던 일본 기업들이다.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기업은 그동안 한국 변호인단과 일본 피해자 지원 단체 면담 요청조차 싸늘하게 거절해왔다. 일본제철은 대법원 확정판결 뒤인 2018년 11월 변호인들과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피해자 사진을 들고 도쿄 마루노우치 사옥을 방문하자, 하청업체인 경비회사 직원을 통해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사장은 지난 연말 일본 언론들에 강제동원 피해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의 문제다. 뒤집히지 않게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이미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금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내비치고 있으며, 일본 정부도 피고 기업 기금 참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 안으로 합의하면 “성의 있는 호응”을 받았다고 말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이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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