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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인 참정권 박탈 주장의 그림자

등록 2023-06-22 19:13수정 2023-06-23 02:39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내 거주 중국인에게 지방자치선거 투표권을 주지 말자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왜 우리만 빗장을 계속 열어놓아야 하는 건가?”라며 중국인 지방선거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김 대표 말고도 비슷한 주장을 펴는 여당 의원들이 있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럿 있다.

중국인 투표권 박탈 주장 논리의 핵심은 상호주의다. 중국이 한국인 지방선거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으니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도 중국인 선거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보장을 상호주의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 실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나라들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에 국적에 상관없이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한다. 상호주의는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또한 철저하게 상호주의 주장을 편다면 중국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에 일률적으로 같은 조처를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중국인을 특별히 꼬집어 강조할 필요가 없다. 중국 말고도 미국 등 여러 나라가 한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을 주지 않고 있는데, 미국 국적자 등을 특정해 지방선거 참정권 박탈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베팅 발언’ 등으로 최근 높아진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활용하려는 그림자가 보인다.

세계적으로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한 나라들도 대부분은 지방선거에 국한한다. 외국인도 지역사회 구성원이며 지역사회 운영에 외국인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심해지고 노동력 의존도도 높아지는 한국에서는 중요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이 시대에 맞지 않는 면이 있을 수 있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고려해 현재보다 한국 거주기간 등 투표권 부여 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 있지만,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자체를 축소하는 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는 원래 일본의 재일동포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 논의가 계기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일본 정당들이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 논의 보고를 받은 뒤 당시 집권 여당인 국민회의에 장기 거주 외국인에 대한 참정권 부여 논의 검토를 지시했다. 일본에서 외국인 지방선거 참정권 부여 논의는 2010년대 초반 민주당 정부 때까지 이어졌지만, 이후 보수화 흐름 속에 흐지부지됐다. 현재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투표에 한해 거주 외국인에게 조례로 투표권을 허용하는 정도다. 반면, 한국은 6년 논의 끝에 2005년 외국인 지방선거 참여를 제도화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상호주의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는데, 이 선택을 근본적으로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리지 않기 바란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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