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인류 역사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쓴 최초의 재료는 ‘꿀’이었다. 약 7천~1만5천년 전의 스페인 발렌시아 아라냐 동굴 벽화에는 벌집을 얻기 위해 높은 벼랑을 오르는 인물과 그 주변을 빙빙 날아다니는 벌떼가 그려져 있을 정도다.
꿀의 단맛을 대체한 건 ‘설탕’이다.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는 천연 감미료인 설탕은 기원전 4세기 정복전쟁에 나섰던 알렉산더대왕이 인도에서 가져오면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설탕은 16세기까지 사치품에 해당했다. 유럽 열강이 식민지 노예를 동원해 플랜테이션 농업을 통한 사탕수수 재배에 열을 올렸던 것도 값이 비싼 까닭이었다. 설탕 생산량이 늘어 중산층에게까지 보급된 것은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다.
몸값 높았던 설탕도 20세기 들어 ‘당뇨병과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 제과 산업, 시리얼 산업, 가당음료 사업이 번창하면서 설탕 섭취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 감미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스파탐’이 그중 하나다.
사실 아스파탐은 ‘우연의 결과물’이다.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라터가 위궤양약 연구를 위해 화학물질을 합성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 가까운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제로 칼로리 열풍’이 불어닥치며 아스파탐은 껌·사탕·막걸리·음료 등에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 아스파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암 유발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온 탓이다. 아스파탐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당 40㎎ 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체중 35㎏ 어린이가 아스파탐 섭취량을 초과하려면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250㎖·아스파탐 43㎎) 55캔을 마셔야 하고, 60㎏ 성인의 경우 막걸리(750㎖·아스파탐 72.7㎖)를 33병 마셔야 한다”고 설명한다. 안심해도 좋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식품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아스파탐 사용 업체는 “대체재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일부 업체는 “아스파탐을 절대 쓰지 않는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이 단맛에 대한 욕망을 끊어내진 못하겠지만, ‘달콤한 제로 칼로리’라는 환상에 대해서는 곱씹어 보게 할 법하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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