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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단·총련 함께 하는 우키시마호 참사 추모제 [유레카]

등록 2023-09-06 15:24수정 2023-09-07 02:38

1945년 8월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조선인 3735명(일본 정부 발표)을 태운 우키시마호가 목적지인 부산으로 가지 못하고 일본 마이즈루항 앞바다에서 화염에 휩싸인 채 침몰했다. 혹독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8·15 광복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던 이들을 허망한 죽음으로 내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희생자 유골은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1978년부터 우키시마호가 침몰한 8월24일에 마이즈루항에 있는 추모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를 치른다. “전쟁을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로 끌고 온 일본 정부가 전쟁이 끝났음에도 무사히 귀국시키지 못한 것은 대단히 잘못한 짓이다. 이곳 주민들은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키시마호 참사를 마이즈루 역사로 남기려고 애쓰고 있다.”

2019년 8월5일 우키시마호 참사 취재를 위해 현지에서 만난 요에 가쓰히코(82) 주민모임 대표가 한 말이다. 중학교 미술교사였던 요에 대표는 위령비를 제작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 가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제일 높이 서 있는 어머니는 울부짖는 젖먹이를 왼팔로 안고 당당한 눈빛으로 고향인 부산을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주민들은 추모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모금으로 마련하고 행사 준비는 자원봉사로 해결한다고 한다. 그래야 주민들의 순수한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또 추모제를 꾸준히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지역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추도사를 우리말로 낭독한다. 추도사 낭독 순서는 해마다 바뀐다. 민단과 총련의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주민들의 ‘배려’다. 행사는 추도사에 이어 헌화, 추도의 춤, 추도가, 꽃 바다에 던지기 순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에도 주민들의 섬세한 배려가 있다. 헌화와 추도의 춤은 민단계 단체가 맡아서 하고, 추도가는 총련계인 조선학교 학생들이 나와서 부른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모제보다 열흘 앞서 열리는 우키시마호 참사 추모제는 올해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8월24일 무사히 치러졌다고 한다. 간토대지진 추모제도 우키시마처럼 민단과 총련이 함께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일제강점기에 희생된 조선인의 넋을 추모하는 마음은 민단과 총련 모두 같을 것이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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