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13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쇼팽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3.7.13.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논란’에 가려진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야말로 공히 중범죄 의혹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중범죄 의혹을 받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도 안 나온 상황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확정적 중범죄 후보”라고 지칭한 바 있다. 그러니 지금 윤 대통령 부부에게 ‘확정적 중범죄 부부’라는 표현을 돌려주더라도 억울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선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해 ‘의혹’ 꼬리표는 떼지 않기로 한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를 먹잇감 삼는 중대범죄다. 미국에선 징벌적 벌금과 장기 징역형으로 단죄한다. 김건희 여사는 바로 이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2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에 대한 1심 유죄 판결로 김 여사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 2개가 주가조작 일당에 의해 운용됐다고 적시했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 매매 102건 중 ‘김건희 계좌’ 거래는 무려 48건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이 거래들을 김 여사가 직접 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다른 공범들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 공판 검사는 당시 김 여사가 핵심 공범들의 연락을 받아 직접 거래하는 구조였음을 재판 과정에서 제시한 바 있다. 검사와 재판부 모두 김 여사 개입 의혹을 공판 진술과 판결문을 통해 명토 박은 것이다. 윤 대통령 본인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격노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의혹이다. 바로 전날 “수사가 잘됐다”며 흔쾌히 결재 사인을 한 국방부 장관이 불과 20시간 만에 이를 뒤집고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전 수사단장의 항명죄 구속영장에 적시한 내용이다. 결재까지 마친 국방부 장관의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건 장관보다 센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는 게 상식적이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은 ‘대통령 격노와 질타’ 상황을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그 해병대 사령관은 국가안보실 2차장, 안보실에 파견된 해병대 대령 등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과 안보실, 국방부 관련자들의 비화폰을 포렌식하면 어렵지 않게 대통령 외압 의혹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지만, 구체적인 사건 수사 개입은 범죄다. ‘특정인 혐의를 빼라’고 국방부 장관을 윽박질렀다면, 수사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하고 장관에게 부당한 지시를 수행토록 한 국기문란급 직권남용이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이 정도 중대한 법률 위반은, 사실이면 직접적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여러 민주당 의원들의 경고가 나왔다. 이런 심각한 의혹조차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수수방관이다.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등의 중립적 수사가 유일한 대안이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만들 책임은 결국 제1야당인 민주당에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의 돌아가는 상황이 암울하다.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안은 지난 4월 국민의힘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를 뚫고 어렵사리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오는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지난 7일 발의한 윤 대통령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안도 현 국회 임기 만료 전에 패스트트랙 지정과 표결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갈등이 촉발한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 때문이다. 민주당이 내홍을 빠르게 수습하지 못할 경우 지지층 분열과 중도층 이반이 겹쳐 총선에도 먹장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 대통령 부부의 중범죄 의혹 규명과 심판의 길도 까마득해질 수 있다. 당내 침묵하는 합리적 목소리가 나올 때가 됐다. 강압적 응징 주장은 이제 잦아들어야 한다. 이탄희류의 단정하고 이성적인 의견 개진이 분출해야 한다. 책임도 권한도 가장 큰 이 대표도 이 결정적 국면에서만큼은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포용과 헌신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분열 아닌 통합과 협력만이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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