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2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 결승전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33년 만의 탁구 ‘남북 대결’이었다. 첫 대결인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이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신유빈-전지희 선수도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게임 스코어 4-1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하고 시상대에 함께 올라 사진을 찍었다. 앞서 열린 여자 축구 8강전에서 거친 몸싸움과 설전을 벌이는 등 다른 종목의 냉랭한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탁구가 남북 단일팀의 ‘원조’인 효과일까.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여자 단체전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시상식에는 한반도기가 걸렸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경기장을 찾은 재일동포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껏 불렀다. 남북 탁구 단일팀은 해외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남북 단일팀의 역사는 1964년 도쿄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의 올림픽 단일팀(1956~1964년 하계·동계 올림픽 참가) 구성을 계기로 남북한에 단일팀을 제안한다. 남북은 단일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팀 이름에 조선을 넣어야 한다는 북한의 고집 등으로 최종 결렬됐다. 1979년 제35회 평양 세계탁구선수권을 앞두고 남북은 다시 단일팀 구성을 논의했지만 불발됐다. 이후에도 단일팀을 위한 남북 간 대화는 꾸준히 이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은 3년여에 걸쳐 단일팀 구성을 위해 협상했지만, 북한은 올림픽 경기 분산 개최 등을 주장하다 아이오시의 수정안을 최종 거부했고 올림픽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은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결실을 본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남북이 처음으로 개막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공동 입장했다. 남북한 공동 입장은 2007년까지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어졌다.
남북 단일팀이 다시 성사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돼, 북한의 핵개발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남북 단일팀’보다 과거 냉전 시대에 많이 듣던 ‘남북 대결’이란 말이 더 자주 들린다. ‘남북 단일팀’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을 것인가.
이춘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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